알런드라 2
알런드라 2 (Alundra 2 a New Legend Begins) · 2000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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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이 전작과 이렇게까지 다른 경우도 드뭅니다. 알런드라 1편은 남의 꿈속에 들어가 악몽을 헤치는 어둡고 무거운 게임이었고, 퍼즐이 지독하기로 이름났습니다. 그런데 2편은 화면을 3D로 바꾸고, 색을 밝게 칠하고, 주인공을 능청스러운 해적 사냥꾼으로 갈아 끼웠습니다. 전작을 기대하고 잡은 사람은 당황했고, 처음 접한 사람은 오히려 편하게 즐겼습니다.
알런드라 2(Alundra 2)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마을과 던전을 돌아다니며 칼로 싸우고 장치를 푸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한 지역에 도착하면 사람들과 이야기해 단서를 얻고, 던전에 들어가 퍼즐을 풀고 보스를 잡은 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구성입니다. 이야기의 축은 사람을 태엽 인형으로 바꾸는 해적왕을 쫓는 것입니다.
던전과 퍼즐
이 게임의 알맹이는 던전입니다. 방마다 장치가 걸려 있고, 그것을 풀어야 다음 방의 문이 열립니다. 상자를 밀어 발판을 누르고, 불을 붙여 밧줄을 태우고, 물을 얼려 길을 만드는 식입니다.
3D가 되면서 높이 개념이 들어온 것이 전작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같은 방이라도 위층과 아래층이 이어져 있고, 아래에서 올려다봐야 보이는 장치가 있습니다. 시점을 돌려 가며 방 전체를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퍼즐 난이도는 전작보다 확실히 내려갔습니다. 전작이 몇 시간씩 붙잡고 있어야 하는 문제를 던졌다면, 이쪽은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 대체로 답이 보이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함 없이 진도가 나갑니다.
전투와 도구
전투는 칼을 휘두르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버튼을 연달아 누르면 연속 공격이 나가고,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피합니다. 잡몹은 몇 번 베면 정리되지만, 보스는 공격 패턴을 읽고 빈틈에 들어가야 합니다.
진행하면서 도구가 늘어납니다. 폭탄, 갈고리, 얼리는 도구 같은 것들이 생기고, 이 도구들은 전투와 퍼즐 양쪽에 쓰입니다. 새 도구를 얻으면 예전에 지나쳤던 곳이 열리기도 해서, 막혔을 때는 최근에 얻은 도구를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떠올려 보면 대개 풀립니다.
보스전은 대개 도구를 활용해야 합니다. 칼만 휘둘러서는 흠집도 안 나는 상대가 있고, 그럴 때는 방 안에 놓인 장치나 얻은 도구로 약점을 드러내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밝아진 분위기
캐릭터들이 과장된 몸짓으로 움직이고, 대사도 가볍고 웃깁니다. 전작의 우울한 공기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제목만 이어졌을 뿐 사실상 다른 시리즈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이 변화를 두고 평가가 갈렸습니다. 전작의 무게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실망했고, 반대로 전작이 너무 어렵고 침울해서 포기했던 사람들에게는 이쪽이 훨씬 잡기 쉬웠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취향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처음 하는 분께
전작을 몰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므로 이 작품만 따로 즐기셔도 됩니다.
막혔을 때는 대개 방 안을 다 살피지 않은 경우입니다. 시점을 한 바퀴 돌려 보고, 밀 수 있는 상자나 밟을 수 있는 발판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래도 안 되면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다음에 갈 곳을 알려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3D 공간에서 발판을 정확히 밟아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림자를 보고 착지 지점을 가늠하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만든 곳과 시기
1편을 만든 곳과 같은 개발사가 이어서 맡았고, 플레이스테이션 수명이 거의 끝나 갈 무렵에 나왔습니다. 이미 후속 기기가 시장에 자리를 잡던 시점이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3D 표현만 놓고 보면 이 기기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을 꽤 잘 뽑아냈습니다.
캐릭터 모델이 둥글고 부드럽게 움직이고, 카메라가 장면에 맞춰 알아서 잡아 주는 연출도 신경 쓴 티가 납니다. 던전마다 색과 구조를 다르게 해서 비슷한 방을 계속 도는 느낌이 덜하다는 점도 이 게임의 미덕입니다.
놓치기 아까운 소품 같은 작품이라 지금 처음 만나도 충분히 즐길 만합니다. 한 던전이 적당한 길이로 끊어져 있어서 조금씩 나눠 진행하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