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오디세이
알버트 오디세이 (Albert Odyssey Japan) · 1993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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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슈퍼패미컴에는 롤플레잉 게임이 넘쳐났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 게임은 조금 다른 길을 골랐습니다. 파티를 짜서 무작위 전투를 겪는 대신, 지형이 그려진 전장에 부대를 늘어놓고 한 칸씩 움직여 가며 싸우는 방식입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화면이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뀌고, 플레이어와 적이 번갈아 유닛을 움직입니다. 롤플레잉의 성장 요소와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투를 한데 묶은 구성입니다.
알버트 오디세이(Albert Odyssey)는 젊은 검사 알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 전략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이야기를 따라 여러 전장을 차례로 치르고, 전투에서 살아남은 아군은 경험을 쌓아 강해집니다. 각 턴에 유닛은 이동, 공격, 마법, 아이템 사용, 후퇴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전투가 어떻게 굴러가는가
한 전장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시작할 때 아군 유닛의 배치를 정하고, 이후로는 턴을 주고받으며 적 진영을 무너뜨립니다. 유닛마다 이동할 수 있는 칸 수가 다르고, 공격 사거리도 다릅니다. 검을 든 유닛은 붙어야 때릴 수 있고, 활이나 마법을 쓰는 유닛은 떨어진 자리에서 공격합니다.
그래서 승부는 사거리 관리에서 갈립니다. 원거리 유닛을 앞에 두면 적 근접 유닛에게 먼저 붙잡히고, 근접 유닛만 앞세우면 적 원거리 공격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습니다. 앞줄에 맷집 좋은 유닛을 세워 적의 진격을 받아 내고, 그 뒤에서 원거리 유닛이 화력을 보태는 배치가 기본입니다.
지형도 영향을 줍니다. 숲이나 언덕처럼 이동에 품이 더 드는 칸이 있고, 그런 지형에 자리 잡으면 방어에 이점을 얻습니다. 아군이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유리한 전개가 많습니다.
마법과 성장
마법은 이 게임의 승부를 뒤집는 요소입니다. 여러 대상을 한 번에 때리는 공격 마법은 뭉쳐 있는 적 무리를 정리할 때 위력적이고, 회복 마법은 앞줄 유닛의 생존 시간을 늘려 줍니다. 다만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어서 아무 때나 쓸 수 없습니다. 언제 쓰고 언제 아낄지를 판단하는 것이 전략의 큰 축입니다.
성장은 전투를 치르며 이뤄집니다. 적을 처치하거나 아군을 회복시키는 행동으로 경험이 쌓이고, 일정 수준에 이르면 능력치가 오릅니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강한 유닛만 계속 쓰다 보면 나머지 유닛이 뒤처져서 나중에 데려가도 쓸모가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전장에서는 약한 유닛에게도 마무리 타격을 넘겨주며 고르게 키우는 편이 좋습니다. 이 준비를 게을리하면 후반 전장에서 갑자기 손이 모자라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유닛을 뿔뿔이 흩어 놓는 것입니다. 개별 유닛이 앞으로 나가면 적 여러 기에게 둘러싸여 한 턴 만에 쓰러집니다. 이 게임에서는 뭉쳐서 천천히 전진하는 쪽이 거의 항상 안전합니다.
두 번째는 무리한 진격입니다. 이동력이 남았다고 최대한 앞으로 붙이면, 그 턴이 끝나자마자 적 턴에 집중 공격을 받습니다. 이동은 항상 '이 자리에서 적 턴을 견딜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회복 담당 유닛의 관리입니다. 회복을 맡은 유닛이 먼저 쓰러지면 전선이 급속히 무너집니다. 이 유닛은 항상 적의 사거리 밖에 두고, 앞줄이 다치면 한 칸씩 다가가서 치료한 뒤 다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전장을 시작하기 전에 저장해 두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배치를 잘못 잡으면 초반 몇 턴 만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한 뒤 다시 시작하는 편이 빠를 때가 많습니다.
만든 곳과 시리즈
이 게임은 선샤인이 개발하고 낸 작품입니다. 선샤인은 액션 게임과 음악으로 이름이 알려진 회사였는데, 이 작품은 그 회사가 롤플레잉 영역으로 발을 넓힌 시도였습니다. 음악은 선샤인의 간판 작곡가가 맡았고, 그에게는 슈퍼패미컴과 롤플레잉 양쪽 모두 첫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 시리즈는 이어졌습니다. 다음 해에 후속작이 나왔고, 시간이 더 지난 뒤에는 다른 기기에서 계열 작품이 나왔습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전투 방식이 달라져서, 격자 전략 전투를 중심에 둔 형태는 초기작의 색깔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 보면
일본 국내 전용으로 나온 탓에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 자체가 드물었습니다. 슈퍼패미컴 시뮬레이션 롤플레잉이라 하면 다른 유명 시리즈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 게임이 덜 알려진 이유입니다.
그래도 전장 하나하나를 풀어 가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유닛을 어디에 세우고 누구를 먼저 노릴지 고민하다 보면 한 판이 금세 지나갑니다. 격자 위에서 머리 쓰는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기에 이런 게임이 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켜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