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아가시 테니스
앙드레 아가시 테니스 (Andre Agassi Tennis Europe) · 1993 · TecMag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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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입은 테니스 선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의 테니스는 흰 옷과 예의범절의 스포츠였습니다. 그 판에 데님 반바지와 형광색 셔츠를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른 선수가 나타나 강타를 때려 넣었습니다. 앙드레 아가시였습니다. 그가 이름을 건 게임이 나온 것은 그 인기가 절정으로 향하던 시기입니다.
앙드레 아가시 테니스(Andre Agassi Tennis)는 마스터시스템으로 나온 테니스 게임입니다. 실제 선수의 이름을 표지에 걸었지만, 그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상대는 실명이 아닌 가상의 선수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스타 한 명의 얼굴로 게임을 파는 방식이 스포츠 게임의 표준이 되어 가던 시절의 산물입니다.
한 판의 흐름
플레이어는 코트 한쪽에 서서 공을 넘깁니다. 방향키로 선수를 움직여 공이 떨어질 자리에 미리 가 있고, 버튼으로 스윙합니다. 버튼을 언제 누르는지, 그리고 그 순간 방향키를 어느 쪽으로 밀고 있는지에 따라 공이 가는 곳과 구질이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강하게 때려 상대 코트 깊숙이 꽂는 샷, 짧게 떨어뜨려 상대를 앞으로 끌어내는 샷, 그리고 상대를 좌우로 벌려 놓는 각도입니다. 이 셋을 섞을 줄 알게 되면 컴퓨터 상대의 랠리가 눈에 띄게 짧아집니다.
경기는 실제 테니스 규칙을 따라 게임과 세트로 진행되고, 토너먼트를 이어 가는 모드와 단판을 즐기는 모드가 있습니다. 두 명이 마주 앉아 한 판씩 붙는 것도 이 게임의 주된 즐길 거리였습니다.
초보자가 지는 이유
테니스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공을 보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공이 라켓을 떠난 뒤에 반응하면 이미 늦습니다. 상대가 스윙하는 자세와 위치를 보고 어느 쪽으로 올지 미리 몸을 옮겨 두어야 합니다. 이 습관 하나만 붙어도 실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서브입니다. 서브 게임을 지키지 못하면 세트가 순식간에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강하게 넣기보다 확실히 들어가는 서브로 랠리를 시작하는 쪽이 승률이 좋습니다. 더블 폴트로 잃는 점수가 강서브로 따는 점수보다 대개 많습니다.
세 번째는 네트 앞으로 나가는 타이밍입니다. 마음이 급해서 자꾸 앞으로 나가면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에 당합니다. 상대를 확실히 코너로 몰아 놓았을 때만 전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스터시스템이라는 기기 위에서
마스터시스템은 8비트 기기라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테니스 게임들은 대개 코트를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을 씁니다. 이 게임도 그렇습니다. 선수는 작게 그려지고, 대신 공의 위치와 코트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시점의 장점은 판단이 쉽다는 것입니다. 공이 어디 떨어질지 보이니 초보자도 금방 적응합니다. 단점은 박진감이 덜하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16비트 기기로 넘어가면서 시점이 선수 뒤쪽으로 내려오고 화면이 커지는데, 그 변화 이전의 테니스 게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이 게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마스터시스템 외에 여러 기기로도 나왔습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기기마다 화면과 조작감의 완성도가 다르고, 마스터시스템판은 유럽 시장을 주된 무대로 삼았습니다.
스타 이름을 건 스포츠 게임들
90년대 초는 스포츠 게임이 선수 개인의 이름을 앞세우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리그 전체의 라이선스를 사는 것은 비싸고 복잡했지만, 선수 한 명과 계약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그 결과 표지에는 유명 선수가, 게임 안에는 이름 없는 상대들이 들어가는 구성이 흔해졌습니다.
이 게임도 정확히 그 구조입니다. 아가시 본인이 등장하고 나머지는 가상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실명 선수들끼리의 대진을 기대하면 실망하지만, 애초에 이 시기 스포츠 게임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마스터시스템은 국내에서 삼성이 유통한 기기를 통해 알려졌고, 그 목록에 스포츠 게임도 여럿 있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테니스는 축구나 야구만큼 대중적인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게임이 크게 회자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오히려 그 단순함이 장점으로 보입니다. 배울 것이 적고 한 판이 짧아서 잠깐 집어 들기 좋습니다. 설치나 준비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옆 사람과 한 세트 붙어 보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