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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게임즈 2

캘리포니아 게임즈 II (California Games Ii Brazil Korea) · 1993 · Tec Toy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트랙과 필드가 아닌 해변 스포츠

스포츠 게임이라고 하면 축구나 야구, 아니면 버튼을 연타하는 육상 경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 시리즈는 처음부터 그 반대편에 서 있었습니다. 경기장도 심판도 없고, 대신 파도와 눈밭과 절벽이 있습니다. 여름 해변에서 서핑을 하고, 산에서 보드를 타고,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종목들만 모아 놓았습니다.

분위기도 딴판입니다. 종목을 고르는 화면부터 밝은 색으로 채워져 있고, 배경 음악은 느긋합니다. 실수해서 물에 빠지거나 넘어져도 화면은 심각해지지 않고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보여 줍니다. 기록을 깨는 긴장보다는 여름 오후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캘리포니아 게임즈 2 스포츠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3)

어떤 게임인가

캘리포니아 게임즈 2(California Games II)는 여러 야외 스포츠 종목을 하나씩 골라 도전하는 스포츠 게임입니다. 종목마다 조작 방법과 채점 기준이 전부 다르고, 각각을 따로 연습해 점수를 올리는 구조입니다. 종목을 하나씩 골라 연습할 수도 있고, 전 종목을 이어서 겨루며 총점을 매길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면 먼저 자기가 대표할 후원사를 고르고 이름을 입력합니다. 그다음 종목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종목별로 조작 설명이 짧게 나옵니다. 대부분 방향키와 버튼 하나둘로 끝나지만,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보다 언제 눌러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타이밍 게임에 가깝습니다.

캘리포니아 게임즈 2 스포츠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3)

종목마다 다른 손놀림

서핑은 밀려오는 파도의 벽면을 따라 오르내리며 기술을 넣는 종목입니다. 파도가 무너지기 전에 얼마나 오래 버티면서 얼마나 많은 기술을 성공시키느냐로 점수가 갈립니다. 파도 꼭대기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야 큰 점수가 나오는데, 너무 위로 붙으면 그대로 뒤집힙니다.

설상 종목은 경사면을 내려오며 지형지물을 피하고 점프대에서 공중 동작을 넣는 식입니다. 여기서는 속도 조절이 전부입니다. 빨리 내려오면 점수는 올라가지만 나무나 바위에 부딪힐 여유가 사라집니다.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종목은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화면을 보여 줍니다. 화면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바뀌고, 낙하하는 동안 자세를 잡으며 목표 지점을 향해 몸을 기울입니다. 낙하산을 너무 일찍 펴면 목표에 닿지 못하고, 너무 늦게 펴면 아예 실격입니다. 이 아슬아슬한 판단이 이 종목의 전부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대부분의 사람은 첫 시도에서 종목마다 한 번씩 크게 망합니다. 그런데 이건 이 게임의 설계이기도 합니다. 조작 설명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고, 직접 넘어져 봐야 어디가 한계인지 알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점수를 신경 쓰지 말고 일부러 과감하게 시도해 보는 편이 빨리 늡니다.

두 번째로 흔한 실수는 기술을 욕심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기술을 성공시키면 점수가 붙지만, 실패하면 그때까지 쌓은 것이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정적으로 끝까지 완주해서 얻는 점수가 무리하다 넘어져 얻는 0점보다 훨씬 낫습니다. 자신 있는 기술 두어 개만 확실하게 반복하는 쪽이 총점에서는 유리합니다.

세 번째는 종목별 편식입니다. 전 종목을 이어 겨룰 때는 총점으로 순위가 매겨지니, 잘하는 종목만 파고들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가장 못하는 종목을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순위를 크게 바꿉니다.

마스터시스템판의 사정

이 시리즈는 원래 여러 기기로 널리 퍼졌는데, 마스터시스템판은 브라질과 한국 쪽에서 유통된 판본이 알려져 있습니다. 화면 색과 소리는 8비트에 맞춰 단출해졌지만, 종목의 구성과 조작 감각은 유지되었습니다.

8비트 기기에서 이런 종목 모음집은 사실 유리한 장르입니다. 한 종목당 화면이 하나씩만 있으면 되고, 물량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성능 부담이 적습니다. 대신 각 종목이 얼마나 잘 다듬어졌느냐가 전부인데, 이 게임은 종목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몇 개에 집중한 덕에 각각이 제법 놀 만합니다.

혼자서 기록을 깨는 재미도 있지만, 옆에 사람을 두고 번갈아 하며 점수를 비교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한 판이 짧으니 차례가 금방 돌아오고, 누가 어디서 넘어졌는지 보면서 웃게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