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버너 II (PC엔진)
애프터버너 II (After Burner Ii Japan) · 1990 · NEC Avenu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몸이 통째로 돌아가던 기계
오락실에서 애프터버너를 처음 본 사람은 대개 화면보다 기계를 먼저 기억합니다. 조종간을 쥐고 앉으면 좌석 자체가 좌우로 기울고 뒤집히던 그 커다란 통이었습니다. 동전 한 판 하려고 줄을 서서 남이 흔들리는 모습을 구경하던 것도 그 시절 오락실 풍경의 일부였습니다.
그 게임을 집에서 한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엔 무리한 이야기였습니다. 좌석이 흔들릴 리 없으니 남는 것은 화면과 속도인데, PC엔진판은 바로 그 속도를 지켜 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애프터버너 II(After Burner II)는 전투기 뒤를 따라가는 시점에서, 화면 안쪽으로 끝없이 밀려드는 적기를 격추하는 체감형 슈팅입니다. 기체를 좌우로 기울여 적의 미사일을 피하고, 조준이 걸리면 유도 미사일을 쏘고, 가까이 붙은 적은 기관포로 긁습니다.
깊이 방향으로 달리는 게임이라 위아래 좌우 어디에도 벽이 없습니다. 대신 화면 가득한 적기와 미사일이 순식간에 다가오기 때문에, 어디로 피할지 판단할 시간이 극도로 짧습니다. 전작에 없던 속도 조절이 들어와, 일부러 속도를 줄여 미사일을 흘려보내거나 확 가속해 적진을 뚫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미사일 관리
미사일은 유한합니다. 스테이지 사이에 공중 급유기가 나타나 보급을 받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서 얼마나 채워 오느냐가 다음 구간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잡기 쉬운 적은 기관포로 처리하고 미사일은 아껴 두는 습관이 붙습니다.
조준은 여러 대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서, 록온을 여럿 걸고 한 번에 쏘면 화면이 폭발로 가득 찹니다. 이 순간의 시원함이 애프터버너의 상징입니다. 반대로 조준을 급하게 한 대씩 소모하다 보면 후반부에 쓸 미사일이 남지 않습니다.
스테이지의 흐름
무대는 바다 위, 사막, 협곡, 야간 비행 등으로 계속 바뀝니다. 지형이 화면 아래로 빠르게 흘러가면서 속도감을 만드는데, 특히 협곡 구간에서는 지면이 가까워져 체감 속도가 확 올라갑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기가 무리로 몰려오고, 미사일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날아옵니다. 이때는 격추보다 회피가 먼저입니다. 좌우로 크게 도는 대신 짧게 흔들며 미사일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 오래 사는 요령입니다. 조종석은 흔들리지 않아도, 화면만으로 그 시절의 어지러움이 꽤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