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컴뱃 (오락실)
에어 컴뱃 (Air Combat ac2 Us) · 1992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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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컴뱃의 조상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전투기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 시리즈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맨 앞자리에 오락실 기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 시작점입니다.
당시 오락실은 도형을 쌓아 입체를 그리는 폴리곤 기술이 막 자리를 잡던 참이었습니다. 남코는 그 목적으로 만든 전용 기판을 갖고 있었고, 이 게임은 그 기판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간판 역할을 했습니다. 점을 찍어 그린 배경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던 시절에, 진짜로 지형 위를 선회하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에어 컴뱃(Air Combat)은 전투기를 몰고 하늘에서 적기를 격추하는 게임입니다. 시점은 기체를 뒤에서 따라가는 방식이 기본이고, 조종석 안에서 보는 시점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임무가 주어지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한 적을 잡으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시간이 다 되거나 격추당하면 끝입니다. 무장은 기관포와 유도 미사일 두 가지인데, 미사일은 수가 정해져 있어 아무 때나 쏠 수 없습니다.
조종은 비행기 조종간을 본뜬 레버로 합니다. 앞으로 밀면 기수가 내려가고 당기면 올라가는 방식이라, 게임기 레버에 익숙한 손으로는 처음에 위아래가 반대로 느껴집니다. 이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적을 놓치고 하늘만 헤매다 시간이 끝나는 것입니다. 삼차원 공간에서는 적이 위아래로도 움직이므로, 화면 앞만 보고 있으면 상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방향 안내를 보고 기수를 그쪽으로 돌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미사일 낭비입니다. 조준이 걸리기 전에 눌러 버리면 그냥 날아가 버립니다. 표적을 화면 가운데에 두고 조준이 확실히 잡힌 다음에 쏘는 것이 기본이고, 가까이 붙었을 때는 미사일보다 기관포가 확실합니다.
세 번째는 지면입니다. 낮게 붙어 쫓아가다 지형에 부딪히는 사고가 자주 납니다. 적을 쫓는 데 정신이 팔리면 고도를 잊게 되므로, 낮게 내려간 상태에서는 한 번씩 기수를 들어 여유를 만들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알아 둘 것은 속도 조절입니다. 무작정 최고 속도로 달리면 선회 반경이 커져 적을 놓치기 쉽습니다. 뒤를 잡으려면 오히려 속도를 줄이고 안쪽으로 도는 쪽이 유리합니다.
남코의 폴리곤 기판
1990년대 초 오락실의 가장 큰 화두는 삼차원이었습니다. 회사마다 폴리곤을 돌리는 전용 기판을 개발했고, 남코의 기판은 그중 앞선 축에 속했습니다. 조명이 들어간 면을 채워 그리는 방식이라 비행기의 곡면과 지형의 굴곡이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습니다.
이 기판 위에서 남코는 비행 게임 외에도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이후 더 발전한 후속 기판이 나오면서 이 작품에도 속편이 만들어졌고, 그와 별개로 가정용 기기로 옮겨 간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투기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실험한 것이 거실로 넘어가 정착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국내 오락실에서 이런 대형 체감형 기계는 흔치 않았습니다. 기계 값이 비싸고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동네 오락실보다는 백화점 옥상이나 큰 게임장에 한두 대 놓이는 식이었습니다. 요금도 일반 기판보다 비쌌습니다.
그래서 이 부류는 매일 하는 게임이 아니라 큰마음 먹고 한 번 해 보는 게임이었습니다. 좌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고 화면 가득 지형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경험 자체가 값을 치를 만한 구경거리였고,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남이 하는 것을 보는 시간도 그 재미의 일부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게 느껴집니다. 면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지형에는 세밀한 무늬가 없고, 구름이나 바다도 단순한 색면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세우고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뒤이어 나온 시리즈들이 무엇을 물려받아 다듬어 갔는지도 함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