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컴뱃 3
에이스 컴뱃 3 일렉트로스피어 (Ace Combat 3) · 1999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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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에서 가장 이질적인 편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쭉 해 본 사람이라면 3편에서 낯선 기분을 느낍니다. 앞선 두 편이 현실에 있는 전투기로 현실적인 전쟁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시대를 미래로 옮겨 놓았습니다. 기체 생김새부터 다르고, 화면 인터페이스도 미래 장비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국가 대신 거대 기업들이 다투는 세계입니다.
이야기의 비중도 훨씬 커졌습니다. 임무와 임무 사이에 연출이 들어가고,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계속 나옵니다. 하늘을 나는 게임에 이야기를 이 정도로 얹은 사례가 당시에는 드물었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가장 실험적인 편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에이스 컴뱃 3(Ace Combat 3)는 전투기를 몰고 주어진 목표를 처리해 나가는 공중전 게임입니다. 기본 조작은 앞선 편들과 같습니다. 스틱으로 기체를 기울이고, 기관포와 미사일 두 가지 무기로 하늘과 지상의 목표를 상대합니다. 비행 시뮬레이터처럼 복잡한 절차가 없어서 처음 잡아도 금방 날 수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임무의 성격입니다. 단순히 적을 다 부수면 끝나는 임무보다, 특정 대상을 지키거나, 정해진 조건 안에서만 공격이 허용되거나, 상황이 도중에 뒤집히는 임무가 늘었습니다. 목표를 다 처리했는데 새로운 명령이 내려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갈래로 나뉘는 이야기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분기입니다. 임무 도중이나 사이사이에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에 따라 다음에 가는 임무와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아군이었던 상대와 싸우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 끝냈다고 이 게임을 다 본 것이 아닙니다. 다른 선택으로 다시 시작하면 전혀 다른 임무들이 나옵니다. 여러 갈래를 모두 지나야 세계의 전모가 드러나는 구조라, 총 분량으로 보면 앞선 편들보다 훨씬 큽니다.
기체도 이 세계관에 맞게 상상 속의 것들이 나옵니다. 현실 전투기의 이름을 아는 재미는 줄었지만, 대신 앞뒤가 뒤집힌 것처럼 생긴 기체나 극단적으로 빠른 기체 같은 것들을 몰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임무 조건을 제대로 읽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입니다. 이 작품에는 지켜야 할 대상이 있는 임무가 많은데, 적을 쫓느라 그 대상에서 멀어지면 뒤에서 당하고 임무가 실패합니다. 시작 전에 무엇이 실패 조건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구간도 부담입니다. 실내나 구조물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곳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기체를 눕혀서 지나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벽에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급하게 지나려 하지 말고 진입 전에 속도를 미리 줄이는 것이 요령입니다.
무선으로 오가는 대화를 흘려듣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상황이 바뀌는 순간은 대개 통신으로 먼저 알려 주는데, 여기에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들어 있습니다. 화면 표시만 보고 있으면 갑자기 조건이 바뀐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사일을 아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지상 목표는 기관포로 처리하고 미사일은 회피하는 적기에 쓰는 원칙을 지켜야, 후반의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손이 비지 않습니다.
실험이 남긴 것
3편은 시리즈 안에서 호오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와 연출에 힘을 준 것을 반기는 사람도 있고, 현실 전투기를 몰던 맛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뒤에 나온 편들이 다시 현실적인 방향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이 실험이 시리즈의 주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편이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 하늘을 나는 게임도 이야기를 제대로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고, 이후 시리즈가 전쟁 속 인물들의 사연을 중요하게 다루게 된 흐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 시절에 이런 시도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