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더 돌핀 (마스터시스템)
에코 더 돌핀 (Ecco the Dolphin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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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모두가 사라진 날
게임은 평화로운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돌고래 무리가 물 위로 뛰어오르며 노는 가운데, 주인공 에코가 누구보다 높이 솟구쳐 오릅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내려와 바다의 물과 생물을 통째로 빨아올리고, 에코가 물로 돌아왔을 때 바다는 텅 비어 있습니다. 시작한 지 채 일 분도 되지 않아 벌어지는 이 장면은 당시 아이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적을 물리치는 모험이 아니라 사라진 가족을 찾아 나서는 여정입니다. 화면에는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고, 에코는 그저 자기 소리를 내며 어두운 바다를 계속 헤엄쳐 나갑니다. 밝은 색과 귀여운 주인공을 보고 켰다가 이 외로운 분위기에 놀란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에코 더 돌핀(Ecco the Dolphin)은 돌고래 한 마리를 조작해 해저를 탐험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고, 화면은 좁은 굴과 넓은 수역이 이어진 미로처럼 짜여 있습니다. 목표는 각 구간의 출구를 찾아 다음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에코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몸통으로 부딪히는 돌진이고, 다른 하나는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소리는 이 게임의 핵심 장치로, 주변 생물에게 말을 걸어 정보를 얻거나 특정 구조물을 반응시키는 데 쓰입니다. 어떤 구간에서는 소리를 길게 내면 주변 지형이 화면에 그려지는 음파 탐지 기능으로도 작동합니다.
숨 쉬는 것이 곧 시간 제한
에코는 돌고래이므로 물속에서 계속 숨을 참을 수 없습니다. 화면에는 체력과 별개로 공기 게이지가 있고, 이 게이지가 바닥나면 그때부터 체력이 깎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긴장은 적이 아니라 수면까지의 거리에서 나옵니다.
좁은 굴을 파고들 때는 늘 돌아 나올 만큼의 공기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곳에 닿았는데 공기가 절반 아래라면, 그때부터는 되돌아 나오는 것 자체가 승부가 됩니다. 곳곳에 있는 공기 방울이나 위로 뚫린 구멍의 위치를 기억해 두는 것이 사실상의 지도 만들기입니다.
체력은 소라나 작은 물고기를 먹어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전진하기보다 회복 지점 근처에서 한 번 정비하고 들어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훨씬 빠릅니다.
바다의 위협들
에코를 노리는 것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촉수를 흔드는 해파리는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상어는 빠르게 달려들며, 뾰족한 산호와 성게는 좁은 통로에서 특히 성가십니다. 대부분은 돌진으로 밀어낼 수 있지만, 정면으로 부딪히면 이쪽도 손해를 보므로 옆이나 뒤에서 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살이 강하게 흐르는 구간과 좁아졌다 넓어지는 통로도 큰 장애물입니다. 흐름을 거슬러 가려다 공기를 다 쓰는 일이 잦으므로, 흐름의 방향을 먼저 확인하고 그 힘을 타고 넘어가는 길을 찾는 것이 요령입니다.
8비트판의 특징
마스터시스템판은 상위 기종판의 구성을 8비트 환경에 맞춰 다시 짠 이식작입니다. 색과 배경 표현은 줄었지만 물속의 답답하고 고요한 느낌,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 주지 않는 특유의 막막함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난이도가 만만치 않기로도 유명합니다. 길을 외우기 전까지는 같은 구간에서 몇 번이고 공기가 바닥나기 마련이라, 이 게임을 끝까지 본 사람이 주변에 몇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켜 볼 때마다 처음의 그 소용돌이 장면부터 다시 만나게 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