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2 (메가드라이브)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2 (Dragon Slayer Eiyuu Densetsu Ii Japan) · 1994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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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밀고 나가는 RPG
이 게임을 처음 붙잡았을 때 인상적이었던 건 대사량이었습니다.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이 할 말을 갖고 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같은 사람이 다른 말을 합니다. 요즘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시절 이만한 분량을 담은 콘솔 RPG는 흔치 않았습니다.
음악도 오래 남습니다. 니혼 팔콤은 원래 게임 음악으로 이름난 회사였고, 이 시리즈도 예외가 아닙니다. 마을에 들어설 때 흐르는 곡, 전투 곡, 그리고 이야기가 크게 움직일 때 나오는 곡이 각각 확실한 인상을 남깁니다.
어떤 게임인가
영웅전설 2(Dragon Slayer: Eiyuu Densetsu II)는 팔콤의 드래곤 슬레이어 계보에서 갈라져 나온 영웅전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1편 주인공의 아들 세대가 주인공이 되어, 앞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사건을 풀어 갑니다.
조작은 정통 커맨드식 RPG 그대로입니다. 마을에서 장비를 갖추고 정보를 모은 뒤 밖으로 나가 적과 싸우고, 레벨을 올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갑니다. 전투는 명령을 넣으면 자동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라 손이 덜 가고, 그만큼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세대를 잇는 이야기
이 시리즈의 특징은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 작품에서 활약했던 인물들이 나이 든 모습으로 등장하고, 그들이 남긴 것들이 이번 이야기의 전제가 됩니다. 1편을 안 해 봤어도 진행에 문제는 없지만, 알고 하면 대사 곳곳에서 다른 무게가 느껴집니다.
동료도 하나씩 늘어납니다. 각자 사연을 갖고 합류하고, 합류한 뒤에도 자기 자리에서 이야기에 관여합니다. 단순히 전투 인원이 하나 느는 게 아니라 대사가 늘고 사건이 늘어납니다.
왕가와 계승, 그리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여정이라는 큰 줄기는 이 시절 RPG의 정석입니다. 다만 그 정석을 얼마나 촘촘하게 채웠느냐가 이 작품의 값어치입니다.
메가드라이브판으로서
이 시리즈는 원래 PC에서 태어나 여러 기계로 퍼졌습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그중 하나인데, 이 기계 특유의 음원이 팔콤 곡과 붙어 독특한 소리를 냅니다. FM 음원 특유의 금속성이 섞인 소리라, 같은 곡인데도 다른 기계판과 인상이 다릅니다.
그래픽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글자가 잘 읽히고 화면 구성이 정갈합니다. 대사를 많이 읽어야 하는 게임이니 이 선택은 옳았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진행하는 게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마을에 들어가면 사람들과 한 번씩 말을 섞고, 이야기가 넘어갈 때마다 다시 돌아 보는 식으로 하면 놓치는 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