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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프로 바스켓볼

올 프로 바스켓볼 (All Pro Basketball USA) · 1989 · Vic To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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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절반만 보여주는 농구

패미컴 농구 게임을 떠올리면 대개 코트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조감도 화면을 생각하게 됩니다. 선수들이 콩알만 하게 그려지고, 누가 누구인지 등번호로 겨우 구분하는 그런 화면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처음 켜면 화면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코트를 절반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공격 팀이 하프라인을 넘어가면 화면이 그쪽 코트로 따라 붙습니다. 그래서 선수 하나하나가 제법 큼직하게 그려지고, 드리블 자세나 슛 동작이 눈에 들어옵니다. 8비트 농구 게임에서 선수 몸짓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신경을 쓴 부분이었습니다. 대신 코트 반대편이 안 보이니, 속공을 나갈 때 앞에 누가 뛰고 있는지 감으로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올 프로 바스켓볼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9)

어떤 게임인가

올 프로 바스켓볼(All-Pro Basketball)은 5대5 풀코트 농구를 다루는 패미컴용 스포츠 게임입니다. 실제 프로 리그의 라이선스를 딴 게임이 아니라 가상의 팀 여덟 개가 등장하고, 그 안에서 팀을 하나 골라 경기를 치릅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고, 북미판에서 지금의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공을 가진 상태에서는 패스와 슛, 공이 없을 때는 스틸과 점프가 버튼에 걸립니다. 방향키로 움직이면서 슛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떼는 타이밍으로 슛이 나가는 구조라,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아니라 놓는 순간을 재는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이 감각을 잡기 전까지는 골밑에서도 공이 림을 한참 넘어가 버립니다.

올 프로 바스켓볼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9)

팀 고르기와 경기 운영

팀마다 능력치가 다르게 잡혀 있습니다. 어떤 팀은 외곽슛이 잘 들어가고, 어떤 팀은 리바운드와 몸싸움에 강합니다. 처음 잡는 사람에게는 슛 성공률이 높은 팀이 편합니다. 슛 타이밍이 아직 몸에 붙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률까지 낮으면 점수가 아예 안 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익숙해지면 골밑을 파고드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반코트 화면이라 골대 근처 상황이 크게 보이고,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레이업을 올리는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외곽에서 던지는 슛은 성공률이 들쭉날쭉해서, 시간을 쓰면서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수비에서는 스틸 버튼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8비트 게임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무리하게 손을 뻗는 순간을 잘 파고들고, 스틸을 시도하다 자리를 비우면 그대로 골밑을 내주게 됩니다. 상대 드리블 방향을 막아서는 자리 싸움만 해도 실점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막히는 지점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화면 전환입니다. 공을 뺏은 직후 화면이 반대 코트로 넘어가는 사이에 선수 위치를 다시 파악해야 하는데, 이 짧은 순간에 패스를 잘못 던져 다시 뺏기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리바운드를 잡은 뒤에는 급하게 던지지 말고 한 박자 쉬면서 화면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패스도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가까운 아군에게 자동으로 붙는 방식이라, 원하는 선수가 아닌 엉뚱한 쪽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패스를 넣기 전에 방향키로 몸을 원하는 쪽으로 돌려놓는 습관을 들이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한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농구 게임은 야구나 축구만큼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패미컴에서 농구를 해 본 사람은 대개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이 게임을 만났습니다. 실제 선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가상 팀 구성이라 인지도로 끄는 힘은 약했지만, 화면이 크게 보인다는 점 하나로 기억에 남긴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붙었을 때 재미가 확 살아나는 것도 이 게임의 성격입니다. 혼자 하면 슛 타이밍 연습에 가까운데, 옆 사람과 하면 골밑 몸싸움과 마지막 몇 초의 슛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긴장이 생깁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실명 선수는 없지만, 농구라는 종목의 기본을 8비트 안에 성실하게 옮겨 놓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