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게임즈 패미컴판
윈터 게임즈 (Winter Games USA) · 1991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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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연타로 끝나지 않는 스포츠 모음집
당시 스포츠 모음집의 공식은 버튼을 최대한 빨리 연타하는 것이었습니다. 달리기도 연타, 던지기도 연타여서 손가락이 아프면 그걸로 끝이었지요. 동계 종목을 모은 이 게임은 그 공식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습니다. 스키 점프는 도약 순간의 한 번의 타이밍이 전부고, 봅슬레이는 코너마다 조금씩 방향을 트는 조작이며, 피겨는 정해진 순서대로 기술을 넣는 종목입니다. 종목마다 요구하는 감각이 달라서 잘하는 종목과 못하는 종목이 사람마다 확 갈립니다.
윈터 게임즈(Winter Games)는 겨울 스포츠 여러 종목을 모아 놓은 스포츠 게임입니다. 종목을 골라 기록에 도전하거나, 여러 명이 나라를 하나씩 정해 번갈아 겨루며 메달을 다투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패미컴판은 이 게임을 8비트 가정용 기기로 옮긴 판본입니다.
스키 점프와 봅슬레이
스키 점프는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종목으로 꼽힙니다. 활강로를 내려오는 동안에는 할 일이 거의 없다가, 도약대 끝에서 정확한 순간에 버튼을 눌러 몸을 띄워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공중에서 자세를 유지하는 조작이 이어지고, 마지막에 착지 자세를 잡아야 점수가 인정됩니다. 멀리 날았어도 착지에서 넘어지면 소용이 없습니다.
봅슬레이는 코스를 따라 내려가며 코너에서 벽에 부딪히지 않게 방향을 조절하는 종목입니다. 아무 조작도 안 하면 그냥 벽을 긁으며 속도가 줄고, 과하게 틀면 뒤집힙니다. 코너가 오기 직전에 살짝 안쪽으로 붙였다가 빠져나오는 식으로 다듬어 가면 기록이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피겨 스케이팅과 그 밖의 종목
피겨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회전과 점프 기술을 순서대로 넣어야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넘어집니다. 점수를 높이려면 어려운 기술을 넣어야 하고, 어려운 기술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지니 어디까지 욕심낼지 결정하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얼음판을 도는 스피드 스케이팅류와 사격이 섞인 종목들이 있어서 성격이 골고루 나뉩니다. 한 종목당 걸리는 시간이 짧아서 여러 번 반복하며 기록을 조금씩 줄여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여럿이 돌아가며 하기 좋은 구성
이 게임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여러 명이 순서대로 도전할 때입니다. 각자 나라를 정하고 종목마다 순서를 돌리면, 앞사람이 세운 기록이 그대로 부담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스키 점프에서 앞사람이 크게 넘어졌을 때의 안도감과, 내 차례에 착지를 놓쳤을 때의 허탈함이 번갈아 나오는 게 이 게임의 분위기입니다.
8비트 화면이라 눈밭과 선수 모습은 단순하지만, 종목별 조작의 개성이 확실해서 지금 해 봐도 금방 요령이 잡힙니다. 모든 종목을 잘하려 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두어 종목의 기록을 파고드는 쪽이 훨씬 오래 즐기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