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 워
윙 워 (Wing War World) · 1994 · Seg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비행기가 아니라 용을 탄다
1990년대 초 세가는 커다란 기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앉으면 몸이 흔들리고, 화면이 시야를 채우고, 조종간을 실제로 잡는 기판들이었습니다. 오락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런 물건이었고, 세가는 그 분야에서 앞서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윙 워는 소재가 특이합니다. 전투기가 아니라 용을 탑니다. 윙 워(Wing War)는 용의 등에 올라 하늘을 날며 싸우는 일인칭 시점의 비행 액션입니다. 기계 문명 대신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삼아, 같은 체감형 기판이라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어떻게 하는 게임인가
조종간을 움직여 용의 방향을 잡고, 앞에서 다가오는 적을 공격합니다. 화면은 용의 시점에 가깝게 붙어 있어서, 고개를 돌리듯 방향을 바꿀 때 배경이 통째로 흘러갑니다. 이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용을 탄다는 설정은 그저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비행기라면 기관포를 쏘겠지만, 여기서는 불을 뿜습니다. 멀리서 총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근처까지 붙어서 상대를 태우는 식의 싸움이 되어서, 거리를 잡는 방식이 보통의 슈팅과 다릅니다. 적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공격 준비인 셈입니다.
적도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쪽 지형과 그 위에 있는 것들까지 함께 신경 써야 하므로, 위아래를 오가며 시야를 넓게 쓰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일인칭 비행 게임에서 초보가 겪는 첫 번째 어려움은 방향 감각입니다. 화면이 계속 기울어지기 때문에 자기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방향을 급하게 여러 번 꺾지 말고, 한 번에 크게 돌려 목표를 화면 가운데로 가져오는 편이 낫습니다. 자잘하게 흔들면 화면만 어지러워지고 조준은 오히려 안 됩니다.
적이 여럿일 때는 가까운 것부터 정리합니다. 멀리 있는 것을 노리다가 가까이 붙은 적에게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여러 개가 보인다고 다 상대할 필요는 없고, 지금 나를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만 가려내면 됩니다.
그리고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한자리에 머물면 사방에서 오는 공격을 그대로 받습니다. 크게 돌면서 한 무리씩 지나가며 처리하는 것이 이런 게임의 기본 흐름입니다. 멈춰서 조준하려 드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체감형 기판은 몸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화면만 보는 게임보다 빨리 지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주고 있으면 뒤로 갈수록 조작이 흐트러지므로, 적이 적은 구간에서는 어깨에 힘을 빼고 다음 무리를 기다리는 여유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큰 기판의 시대
이런 기판은 오락실 안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싸서 아무 데나 들여놓을 수 없었고, 있는 곳에서는 입구 가까이에 두고 손님을 끄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 판 요금도 일반 기판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자주 하기보다 어쩌다 한 번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몰려갔을 때나 용돈이 넉넉한 날에 한 판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값싼 기판 앞에서 보내는 식이었습니다.
남아 있는 인상
국내에서는 큰 오락실에나 들어왔기 때문에 접해 본 사람이 많지 않고, 그만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용을 타고 난다는 설정은 당시 널려 있던 전투기 게임들 사이에서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같은 시기 세가가 만든 다른 체감형 기판들이 현실의 탈것을 다뤘던 것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실제로 있는 것을 실감 나게 옮기는 대신, 있을 수 없는 것을 타 보게 한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그 시절 오락실이 어디까지 가 보려 했는지를 보여 주는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