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키즈
이스케이프 키즈 (Escape Kids Asia 4 Players) · 1991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 게임 중에는 조이스틱을 앞뒤로 미는 게 아니라 버튼을 얼마나 빨리 두들기느냐로 승부가 갈리는 부류가 있습니다. 코나미가 만든 이 게임은 그 계보에 서 있으면서도, 육상 선수 대신 아이들을 달리게 하고 트랙 대신 온갖 엉뚱한 무대를 깔아 놓았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어 앉아 각자 버튼을 미친 듯이 연타하는 그 광경이 이 기계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스케이프 키즈(Escape Kids)는 코나미가 1991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경주 게임입니다. 화면을 옆으로 흐르는 코스를 아이 캐릭터가 달려 나가고, 플레이어는 버튼 연타로 속도를 올리고 점프 버튼으로 장애물을 넘습니다. 네 사람까지 한 기계에 붙을 수 있어서, 자리가 다 차면 옆 사람의 팔꿈치와 싸우면서 버튼을 두들기게 됩니다.
한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기본은 단순합니다. 달리기 버튼을 빠르게 반복해서 누를수록 캐릭터가 빨리 나아가고, 앞에 놓인 것을 뛰어넘어야 할 때 점프 버튼을 씁니다. 조작이라고 할 것이 사실상 이 둘뿐이라,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이 옆에서 남이 하는 걸 30초만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 둘을 섞는 데 있습니다. 연타에만 집중하면 장애물을 못 넘고, 점프 타이밍만 신경 쓰면 속도가 죽어서 뒤처집니다. 손가락은 계속 굴리면서 눈은 앞을 읽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점프하는 순간에도 연타를 놓지 않습니다.
경주물이라 순위가 곧 결과입니다. 정해진 등수 안에 들어와야 다음 코스로 넘어가고, 밀리면 거기서 판이 끝납니다. 1인용으로 할 때는 컴퓨터가 조종하는 상대들과 겨루고, 사람이 여럿 붙으면 그 자리가 그대로 경쟁이 됩니다.
연타 게임이라는 장르
버튼 연타로 속도를 내는 방식은 1983년 코나미의 하이퍼 올림픽이 오락실에 뿌리내린 것입니다. 그 뒤로 스포츠 게임의 표준 문법이 되어서, 100미터 달리기든 창던지기든 일단 버튼을 부술 듯이 두들기는 게 기본이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조작을 그대로 가져오되, 종목별로 끊어지던 구성을 하나로 이어진 코스 경주로 바꿔 놓았습니다.
연타 게임의 오래된 문제는 손가락보다 도구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오락실에서는 자와 동전, 볼펜 같은 것을 버튼에 대고 문질러 속도를 내는 방법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계 앞에는 버튼이 유독 빨리 닳아 헐거워진 자리가 하나씩 있었고, 주인이 그 버튼만 따로 갈아 끼우는 일도 흔했습니다.
정직하게 손가락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요령은 갈렸습니다. 검지 하나로 밀어 치는 사람, 두 손가락을 번갈아 얹는 사람, 손바닥을 통째로 굴리는 사람이 다 달랐고, 각자 자기 방식이 제일 빠르다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오래 버티는 쪽은 순간 속도가 빠른 방식이 아니라 팔이 덜 저린 방식이었습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초반에 힘을 다 쓰는 것입니다. 출발하자마자 전력으로 두들기면 앞서 나가지만, 코스 중반부터 손목이 굳어서 속도가 뚝 떨어집니다. 경주는 결승선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중반까지는 조금 여유를 두고 뒷심을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장애물 앞에서는 미리 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캐릭터가 빠를수록 화면이 빨리 흐르고, 눈으로 확인한 다음 누르면 이미 늦습니다. 앞쪽 화면 끝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여럿이 할 때는 남의 화면을 보다가 자기 캐릭터를 놓치기 쉽습니다. 네 명이 붙으면 화면이 정신없이 복잡해지므로, 자기 색깔과 위치를 초반에 확실히 잡아 두고 그것만 보는 것이 오히려 성적이 잘 나옵니다.
여럿이 붙는 기계의 값어치
4인용 기계는 그 시절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 꽤 매력적인 물건이었습니다. 한 판에 동전이 네 개 들어가고, 자리가 차면 구경꾼까지 몰려서 주변 기계 회전율도 같이 올라갔습니다. 코나미는 같은 시기에 여러 사람이 붙는 벨트스크롤 액션으로 이 시장을 크게 벌려 놓았는데, 이 게임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다만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계 자체를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같은 코나미의 4인용 판이라도 격투 액션 쪽이 훨씬 널리 깔렸고, 연타 경주물은 상대적으로 자리를 적게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봤다는 사람과 아예 처음 본다는 사람이 확연히 갈리는 부류에 속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이런 게임은 오래 붙잡고 파는 종류가 아닙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즉시 이해되기 때문에, 여럿이 모였을 때 순서대로 돌려 가며 기록을 겨루는 쪽이 제 맛입니다. 혼자 할 때도 손가락이 얼마나 버티는지 재 보는 재미는 남아 있습니다.
키보드로 하면 연타 감각이 오락실 버튼과 다릅니다. 키보드는 눌리는 깊이가 얕아서 오히려 빠르게 칠 수 있지만, 손가락 하나에 부담이 몰리기 쉬우니 두 손가락을 번갈아 쓰는 편을 권합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자와 동전을 찾을 필요는 없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