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SET 1) · 1985 · Atari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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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기계에서 해리슨 포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아타리 시스템 1 기판 중 처음으로 디지털 음성을 넣은 작품이었고, 인디아나 존스와 몰라 람의 목소리, 존 윌리엄스의 영화 음악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1985년 오락실에서 영화 소리가 나는 기계 앞에 사람이 몰린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은 영화를 그대로 옮긴 아케이드 액션 게임입니다. 채찍 하나를 든 존스가 사교 집단의 소굴에 들어가 붙잡힌 아이들을 풀어 주고, 빼앗긴 상카라 스톤을 되찾아 사원을 빠져나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작은 이동과 채찍이 전부이고, 대신 지형과 적 배치를 읽는 눈이 곧 실력이 됩니다.
세 가지 화면이 돌아간다
이 게임의 뼈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종류의 스테이지가 순환하는 구조입니다. 첫째는 광산입니다. 채찍으로 적을 때려눕히고,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채찍을 걸어 낭떠러지를 건너며 갇힌 아이들을 하나씩 풀어 줍니다. 아이를 전부 구하면 광차를 타고 빠져나갑니다.
둘째는 광차 구간입니다. 갈래가 계속 나뉘는 선로 위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를 순간마다 골라야 합니다. 끊어진 선로와 구덩이가 있고, 광차를 탄 적도 쫓아옵니다. 화면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미리 외워 두지 않으면 반사 신경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셋째는 사원입니다. 제단까지 나아가 상카라 스톤을 손에 넣어야 하는데, 몰라 람이 불덩이를 던지고 박쥐와 신도들이 달려듭니다. 여기서 채찍만 믿고 정면으로 밀고 들어가면 대개 실패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많이 죽는 곳은 채찍으로 건너뛰는 구간입니다. 채찍을 거는 타이밍이 조금만 빠르거나 늦어도 그대로 떨어지는데, 문제는 이 동작이 이동 중에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요령은 달리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매번 같은 속도로 접근하면 거는 시점도 같아지므로, 감이 몸에 붙습니다.
광차 구간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쪽은 순발력보다 기억입니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어느 쪽이 막다른 길인지 몇 번 죽어 가며 익히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안정적으로 지나갑니다. 급하게 방향을 계속 바꾸기보다, 정한 방향으로 확실히 넣는 편이 실수가 적습니다.
사원 구간에서는 몰라 람의 불덩이 궤적을 먼저 봐야 합니다. 무작정 제단으로 뛰어들면 좁은 공간에서 사방이 막힙니다. 벽을 등지지 않는 위치를 유지하고, 적이 몰린 쪽으로는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채찍 하나로 만드는 다양함
무기가 채찍 하나뿐인데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공격이자 이동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버튼이 적을 밀어내는 데도 쓰이고 낭떠러지를 건너는 데도 쓰이므로, 상황마다 같은 동작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 시기 아케이드 게임이 적은 입력으로 깊이를 만들어 내던 방식의 좋은 예입니다.
난이도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타리의 이 시절 아케이드 게임이 대개 그렇듯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방향으로 조정되어 있어서, 처음 몇 판은 광산 첫 화면도 다 못 보고 끝나기 쉽습니다. 대신 구간마다 답이 정해져 있는 편이라 반복하면 반복한 만큼 확실히 늘어납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영화 판권을 쓴 아케이드 게임은 1980년대 중반 오락실의 큰 손님 유인책이었습니다. 화면에서 아는 얼굴이 나오고 아는 음악이 흐른다는 것만으로도 처음 보는 사람이 동전을 넣을 이유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음성 재생을 앞세워, 소리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기계였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영화 제목을 그대로 부르기보다 인디아나 존스라고만 불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시리즈 영화가 워낙 유명했던 데다, 기계마다 정식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경우가 흔했기 때문입니다. 채찍을 걸어 낭떠러지를 건너다 떨어지는 장면은 그 시절 오락실에서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탄식하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은 단순하지만, 세 종류 화면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 덕에 한 판의 밀도가 꽤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