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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전설 패덤

인어전설 패덤 (Ningyo Densetsu Fathom) · 1985 · Toshiba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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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정해진 모습 하나를 갖지 않는 게임입니다. 물속에서는 돌고래가 되어 헤엄치고, 물 밖으로 뛰어오르면 갈매기가 되어 하늘을 납니다. 바다와 하늘이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공간을 하나의 조작으로 오가는 구조는 1983년에 나온 게임치고는 대담한 발상이었고, 지금 다시 봐도 이 게임의 인상을 결정하는 부분입니다.

인어전설 패덤(Ningyo Densetsu - Fathom)은 모습을 바꾸는 존재 프로테우스가 되어 바닷속과 하늘을 오가며 물건을 모으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최종 목표는 바다 밑에 갇힌 인어 넵티나를 풀어 주는 것이고, 그러려면 넵티누스의 삼지창 조각 세 개를 되찾아야 합니다. 조각을 얻으려면 불가사리가 필요하고, 불가사리는 돌고래와 갈매기 각각의 임무를 끝내야 나옵니다.

인어전설 패덤 어드벤처 게임 화면 1 - MSX (1985)

바다와 하늘, 두 개의 임무

돌고래일 때는 물속을 헤엄치며 해마를 모읍니다. 방해가 되는 것은 문어입니다. 물속은 이동이 느리고 관성이 붙어서, 급하게 방향을 꺾으려 하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문어가 다가오는 것을 미리 보고 여유 있게 우회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갈매기일 때는 하늘을 날며 분홍색 구름을 모읍니다. 여기서의 위협은 화산 분출입니다. 아래에서 솟구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하늘에서는 이동이 훨씬 가볍고 빠릅니다. 같은 조작인데도 두 형태의 손맛이 확연히 다르고, 그 대비가 이 게임의 재미입니다.

두 임무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한쪽만 열심히 해서는 진행이 되지 않고, 물 위로 튀어 올랐다가 다시 잠기는 전환을 계속 반복하며 양쪽을 번갈아 채워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어느 쪽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그쪽으로 몸을 옮기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반복될수록 넓어지는 지도

이 게임은 한 번 끝내면 그대로 끝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한 바퀴를 완주하면 다음 바퀴에서는 지도의 화면 수가 늘어납니다. 즉 반복할수록 세계가 넓어지고 이동 거리가 길어집니다. 원판 기준으로 일곱 바퀴를 돌면 숨겨진 결말에 도달합니다.

이런 구조는 그 시절 게임의 전형적인 수명 연장 방식이면서, 동시에 실력 있는 사람에게 목표를 주는 장치였습니다. 한 바퀴를 도는 것 자체는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지만, 지도가 넓어질수록 시간 안에 양쪽 임무를 다 채우는 일이 점점 빡빡해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첫 번째는 전환 조작입니다. 물속에서 위로 힘껏 올라가면 수면을 뚫고 나가면서 갈매기로 바뀌는데, 처음에는 이 전환이 언제 일어나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수면 근처에서 어정쩡하게 머무르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므로, 넘어갈 때는 확실히 밀어붙이는 편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물속의 관성입니다. 돌고래는 멈추고 싶어도 바로 멈추지 않습니다. 문어를 코앞에서 발견하면 이미 늦습니다. 화면에서 조금 멀리 있는 것까지 눈에 담고 미리 경로를 잡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목표를 잊는 것입니다. 해마와 구름을 모으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그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놓치기 쉽습니다. 불가사리가 나오면 그것을 챙겨 삼지창 조각으로 바꾸는 흐름을 기억해야 진행이 됩니다.

원작과 MSX판

이 게임의 원작은 1983년 이매직이 미국에서 내놓은 것으로, 롭 풀롭이 설계했습니다. 이매직은 당시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 개성 있는 작품을 여럿 내놓던 회사였고, 이 게임도 흔한 슈팅이나 미로 게임과는 다른 발상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MSX판은 1985년 도시바 EMI가 일본에서 내놓았습니다. 인어전설이라는 일본어 제목이 붙었고, 이식 작업은 별도의 개발사가 맡았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게임에 일본식 제목을 붙여 카트리지로 내놓는 방식은 그 시기 일본 MSX 시장에서 종종 볼 수 있던 형태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한국의 MSX 사용자들에게 이 게임은 널리 알려진 축은 아니었습니다. 화면이 화려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목록에서 골라 잠깐 해 보고 넘기기 쉬운 종류였습니다.

그런데 규칙을 알고 나면 인상이 바뀝니다. 돌고래와 갈매기를 오가는 감각은 다른 게임에서 찾기 어렵고, 바다에서 하늘로 튀어 오르는 순간의 전환은 지금 해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짧게 여러 번 돌려 보기에 알맞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