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 (Zeldaui Jeonseol Monghwanui Moraesigye Korea) · 2007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링크를 방향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게임에서 링크를 걷게 하려면 가고 싶은 자리를 펜으로 찍어야 합니다. 적을 베려면 적 위에 선을 긋고, 회전 베기를 하려면 링크 주위에 동그라미를 돌립니다. 부메랑은 날아갈 궤적을 아예 손으로 그려서 던집니다. 젤다 시리즈를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처음 몇 분이 어색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이 30분쯤 지나면 사라집니다. 부메랑으로 벽 뒤의 스위치를 도는 궤적을 그려 누르고, 폭탄을 던져 놓고 그 사이에 다른 쪽으로 뛰는 조작이 손에 붙으면, 터치펜이 방향키보다 편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이 게임은 그 전환점을 넘기느냐로 평가가 갈립니다.
어떤 게임인가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The Legend of Zelda: Phantom Hourglass)는 닌텐도 DS로 나온 젤다 시리즈 작품으로, 게임큐브의 바람의 지휘봉 뒤를 잇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도 한글판이 정식 발매돼 DS 젤다를 한국어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바다고, 링크는 배를 몰아 섬과 섬을 오갑니다. 각 섬에는 던전이 있고, 던전에서 새 도구를 얻으면 그 도구로 이전에 못 가던 곳이 열립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아이템으로 잠긴 길을 여는 구조 같은 시리즈의 뼈대는 그대로인데, 조작과 지도를 다루는 방식이 전부 터치 화면 위로 옮겨왔습니다.
바다에 그리는 항로
배를 탈 때는 아래 화면 지도에 손으로 항로를 그립니다. 선을 그어 놓으면 배가 그 선을 따라 나아가고, 그동안 위 화면에서는 대포를 쏘거나 지나가는 배를 구경합니다. 섬 사이가 멀어 항해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라, 이 구간을 지루해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를 떠도는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다에는 항로에 표시되지 않은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해도에 없는 작은 섬, 물속으로 내려 건져 올리는 보물, 소금물 아래 가라앉은 유령선 같은 것들입니다. 낚싯대와 크레인을 얻고 나면 바다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탐색지가 됩니다.
지도에 직접 메모를 적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섬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느 좌표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힌트를 봤는지를 손글씨로 적어 두는 기능인데, 실제로 이 게임의 몇몇 수수께끼는 메모를 하지 않으면 풀기 번거롭게 설계돼 있습니다.
왕의 신전과 모래시계
이 게임의 중심에는 왕의 신전이 있습니다. 들어가면 시간이 계속 깎이고, 시간이 다 되면 데미지를 입기 시작하는 던전입니다. 남은 시간은 제목에도 들어간 몽환의 모래시계가 재고, 모래는 다른 던전에서 모아 옵니다.
신전 안에는 팬텀이라는 갑옷 병사가 돌아다닙니다. 정면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어서, 순찰 경로를 보고 안전 지대로 숨어 지나가거나 뒤를 잡아야 합니다. 게임 후반부에 새 도구를 얻으면 팬텀을 다루는 방법이 하나씩 늘어나서, 같은 신전을 여러 번 오르면서도 매번 다른 길이 열립니다.
문제는 층을 오를 때마다 아래층을 다시 지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름길을 열어 두면 다음번에는 건너뛸 수 있지만, 그 지름길을 찾는 것 자체가 과제입니다. 이 반복 구조를 지루하다고 보는 사람과, 한 던전을 완전히 외워 가는 재미로 보는 사람이 갈립니다.
지금 해도 통하는가
바람의 지휘봉의 만화 같은 그림체를 DS 해상도로 옮겨 놓았는데, 화면이 작은 대신 색이 또렷해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크게 과장된 표정을 짓기 때문에 대사를 다 읽지 않아도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전투 난이도는 시리즈 안에서 낮은 편이라 액션에 자신이 없어도 진행이 막히지 않습니다. 대신 수수께끼는 손을 써서 시행착오를 하게 만드는 쪽이라, 던전 앞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답을 떠올리는 그 맛으로 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