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츠바사 VS 게임보이
캡틴 츠바사 VS (Captain Tsubasa vs Japan) · 1995 · Ba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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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일대일 승부로 잘라 냈습니다
제목에 붙은 VS가 이 게임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 줍니다. 열한 명이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축구를 잘게 쪼개, 공을 사이에 둔 두 선수의 맞대결만 남겨 놓았습니다. 공격수가 돌파를 시도하면 수비수가 막고, 슛이 날아오면 골키퍼가 뛰어오릅니다. 매 순간이 짧은 결투처럼 진행됩니다.
원작 만화가 원래 그렇게 그려졌습니다. 경기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인물 둘이 마주 선 장면에 몇 페이지씩 할애하던 만화이니, 이 구성이 오히려 원작에 충실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캡틴 츠바사 VS 게임보이(Captain Tsubasa VS)는 만화 캡틴 츠바사를 원작으로 한 커맨드 선택식 축구 게임입니다. 공을 잡은 쪽과 막는 쪽이 각각 행동을 고르고, 그 조합에 따라 돌파가 성공하거나 공을 빼앗기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선수마다 쓸 수 있는 기술과 능력치가 다르고, 기술을 쓰면 체력이 깎입니다. 이 소모 관리가 사실상 게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가고 있다고 마음 놓고 기술을 쓰다가 후반에 다리가 풀려 뒤집히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읽고 지르는 심리전
공격 쪽이 정면 돌파를 고르고 수비 쪽이 태클을 고르면 대개 수비가 이깁니다. 그런데 공격이 옆으로 빼는 선택을 했는데 수비가 태클로 달려들면 그대로 뚫립니다. 서로의 선택이 맞물리는 이 구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무엇을 고를지가 매번 달라집니다.
상대가 어떤 패턴으로 나오는지 몇 번 겪고 나면 읽히기 시작합니다. 골문 앞에서는 무조건 막으려 들고, 중원에서는 소극적으로 나온다는 식의 버릇이 보이면 그 틈을 노려 한 방을 준비하면 됩니다. 반사신경이 아니라 눈치가 실력이 되는 게임입니다.
만화의 장면이 그대로
필살 기술이 나갈 때마다 화면 가득 컷 연출이 들어갑니다. 게임보이의 좁은 흑백 화면인데도 만화의 극적인 구도를 흉내 내려 애쓴 흔적이 보이고, 원작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 장면 하나로 어느 기술인지 바로 전해집니다.
앞서 나온 캡틴 츠바사 게임보이판과 뿌리는 같지만, 이쪽은 대결 구조를 앞세워 한 판이 더 짧고 빠르게 끝납니다. 긴 대회를 차분히 치르는 쪽이 취향이면 다른 판본이, 짧게 끊어 승부만 보고 싶다면 이 판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