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킹덤 하츠 리:코디드

킹덤 하츠 리:코디드 (Kingdom Hearts Re Coded Europe En Fr de Es It) · 2010 · Square Enix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수첩 한 줄에서 시작된 이야기

모든 것은 지미니의 수첩에 저절로 적혀 있던 한 문장에서 시작합니다. "돌아가야 할 자들을 구하려면, 열쇠를 되찾아야 한다." 아무도 쓴 적 없는 그 한 줄을 두고 도널드와 구피, 그리고 미키 왕이 머리를 맞대다가, 결국 수첩 자체를 데이터로 옮겨 그 안을 직접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데스티니 아일랜드에서 데이터로 태어난 소라가 눈을 뜹니다.

디지털 세계라는 설정 덕분에 이 작품은 시리즈에서 가장 이상한 장면들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 줍니다. 바닥이 통째로 깨져 사라지고, 벽이 블록처럼 무너지며, 화면 구석에 정체불명의 노이즈가 낍니다. 그런 곳을 뛰어다니며 버그를 지워 나가는 감각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킹덤 하츠 리:코디드 RPG 게임 화면 1 - 닌텐도 DS (2010)

어떤 게임인가

킹덤 하츠 리:코디드(Kingdom Hearts Re:coded)는 스퀘어 에닉스가 만든 액션 RPG입니다. 원래 일본에서 휴대전화용으로 연재되던 에피소드 게임을 닌텐도 DS용으로 다시 만든 것이라, 제목에 '리'가 붙었습니다.

키블레이드를 휘두르며 하트리스를 베고, 마법과 특수기를 섞어 콤보를 이어 가는 기본 뼈대는 시리즈와 같습니다. 다만 데이터 세계라는 무대 덕분에 도중에 장르가 통째로 바뀌는 구간이 자주 끼어듭니다. 어떤 구역에서는 옆으로만 움직이는 2D 점프 액션이 되고, 어떤 구역에서는 뒤에서 바라보는 슈팅이 되며, 또 어떤 구역에서는 명령을 골라 싸우는 턴제 전투가 나옵니다.

킹덤 하츠 리:코디드 RPG 게임 화면 2 - 닌텐도 DS (2010)

카드가 아니라 커맨드 덱

전투의 핵심은 커맨드 덱입니다. 공격, 마법, 아이템을 하나하나 슬롯에 넣어 자기만의 덱을 짜고, 쓴 명령은 잠시 재충전을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덱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같은 보스도 전혀 다른 싸움이 되는데, 회복 명령을 몇 장 넣을지, 파이어 계열로 밀지 블리자드로 굳힐지 고민하는 재미가 큽니다.

여기에 스탯 매트릭스라는 성장 시스템이 붙습니다. 격자판 위에 칩을 끼워 체력과 공격력을 올리고, 칸을 열어 나가며 새로운 능력을 얻는 방식이라 레벨업 때마다 판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칸 배치를 잘못 잡으면 후반에 손해를 보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느 쪽으로 키울지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익숙한 세계, 낯선 균열

무대는 트래버스 타운, 원더랜드, 올림푸스 콜로세움, 아그라바처럼 1편에서 본 세계들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수첩 속 기록을 재구성한 것이라 곳곳이 어긋나 있습니다. 주민들이 같은 대사를 반복하거나, 기억해야 할 사건을 통째로 잊고 있거나, 지나가야 할 길이 데이터 덩어리로 막혀 있습니다.

막힌 길은 그냥 부수는 게 아니라 버그 블록을 찾아 지워야 열립니다. 어떤 블록은 밟으면 폭발하고, 어떤 블록은 다른 블록을 되살리며, 어떤 블록은 방 전체의 중력을 바꿉니다. 이 블록 퍼즐이 스테이지마다 조금씩 형태를 바꿔 가며 나오기 때문에, 액션만 잘한다고 술술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이야기 자체는 짧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수첩의 정체와 엔딩 직전의 대화가 이후 작품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시리즈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사람에게는 건너뛰기 어려운 조각인 셈입니다.

반대로 킹덤 하츠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문턱이 낮은 편입니다. 미니게임처럼 짧게 끊어지는 구간이 많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옵션이 넉넉해서 아래 화면 지도를 보며 천천히 돌아다니기만 해도 진행이 됩니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툭툭 던지는 농담을 듣는 맛도 여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