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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하츠 체인 오브 메모리즈

킹덤 하츠 체인 오브 메모리즈 (Kingdom Hearts Chain of Memories U Venom) · 2004 · Square 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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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에서 가장 과감한 실험

전작을 재미있게 한 사람이 이 게임을 처음 켜면 당황합니다. 열쇠검을 휘두르려고 버튼을 눌렀는데 카드가 나옵니다. 액션 게임인 줄 알았는데 손패를 관리해야 합니다.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평가가 뒤집힙니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상대가 낼 카드를 읽고 그보다 높은 숫자로 끊는 싸움은, 다른 어떤 액션 게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긴장을 만듭니다.

킹덤 하츠 체인 오브 메모리즈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4)

어떤 게임인가

킹덤 하츠 체인 오브 메모리즈(Kingdom Hearts: Chain of Memories)는 킹덤 하츠 1편 직후를 다루는 액션 RPG입니다. 소라와 동료들이 망각의 성에 들어가 기억을 잃어 가며 위층으로 올라가는 이야기이고, 2편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모든 행동이 카드로 이루어지는 전투 체계가 이 작품의 정체성입니다. 미리 덱을 짜 두고, 전투 중에는 그 덱에서 뽑히는 카드로 싸웁니다. 카드가 바닥나면 재장전해야 하고 그동안은 공격을 받아야 하므로, 자원 관리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덱을 짜는 재미

덱 구성이 곧 캐릭터 육성입니다. 공격 카드와 마법 카드, 아이템 카드의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숫자가 높은 카드를 많이 넣으면 안정적이지만 덱 용량을 많이 먹습니다.

세 장을 이어 내면 슬라이드라는 특수 기술이 나옵니다. 어떤 카드를 어떤 순서로 겹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이 발동해서, 조합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큰 재미입니다. 다만 슬라이드에 쓴 카드는 그 전투 동안 다시 못 쓰기 때문에 남발할 수 없습니다.

익숙한 세계, 어긋난 기억

각 층에는 전작에서 방문했던 디즈니 세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세계들은 소라의 기억으로 재구성된 것이라, 사람들은 소라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사건이 미묘하게 다르게 흘러갑니다.

이 어긋남이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이야기의 장치로 쓰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기억이 지워지고 없던 기억이 생기는 과정을, 플레이어가 익숙한 무대의 낯섦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이야기의 중요한 고리

이 작품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검은 코트의 조직은 이후 시리즈 전체의 중심이 됩니다. 여기서 벌어진 일을 모르면 2편의 도입부가 이해되지 않을 만큼 비중이 큽니다.

소라 편을 끝내면 리쿠 편이 열려 같은 사건을 반대편에서 보게 됩니다. 휴대용 기기의 한계 안에서 이만한 분량과 밀도를 담아낸 점, 그리고 전투 체계를 통째로 새로 설계해 성공시킨 점에서 시리즈 안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