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카
타티카 (Tatica) · 1984 · Mass T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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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가 국내에 막 들어오던 무렵, 문방구 진열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카트리지들이 잔뜩 꽂혀 있었습니다. 상자 그림만 보고 골라 왔다가 무슨 게임인지도 모른 채 몇 시간을 붙잡던 경험이 있다면, 이 게임은 딱 그런 부류입니다. 타티카는 그 시절 국내에도 흘러들어 온 초기 MSX 액션 게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타티카(Tatica)는 MSX 초창기에 소규모 제작사가 만든 한 화면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전환 없이 한 판이 끝나고, 판이 넘어가면 배치와 속도가 달라지는 구성으로, 이 시기 카트리지 게임의 전형적인 골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게임이 만들어지던 때
1983년에서 1985년 사이의 MSX 게임들은 대체로 용량이 16킬로바이트 안팎이었습니다. 그 안에 그림, 소리, 게임 규칙이 모두 들어가야 했으니 담을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규칙을 하나로 압축하고, 배치를 바꿔 가며 난도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지금과 달랐습니다. 목표는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디까지 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벌었느냐로 실력을 겨뤘고, 그래서 판이 무한히 반복되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게임을 처음 잡을 때
설명서가 없어도 몇 판이면 규칙이 파악됩니다. 먼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한 판을 그냥 죽어 보는 것을 권합니다. 무엇에 닿으면 죽는지, 무엇을 먹으면 점수가 오르는지, 적이 어떤 경로로 도는지를 보는 것이 첫 판의 목적입니다.
두 번째 판부터는 위험한 자리를 피하는 동선을 만듭니다. 이 시기 게임은 적의 움직임이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몇 번 보면 반복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패턴에 자기 동선을 맞추면 갑자기 오래 살아남게 됩니다.
욕심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목숨이 몇 개 없고 회복 수단이 거의 없는 설계라, 점수 하나 더 먹으려다 죽으면 손해가 훨씬 큽니다. 확실한 것만 챙기고 위험한 것은 넘기는 판단이 결국 최고 점수를 만듭니다.
한국과 MSX
1980년대 중후반 한국에서 MSX는 학습용 컴퓨터라는 명분으로 가정에 들어왔지만 실제 쓰임은 게임기였습니다. 대우에서 내놓은 기기들이 널리 퍼졌고, 카트리지를 꽂으면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 방식이 오락실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 게임처럼 일본에서 나온 초기 작품들이 국내 업체를 통해 다시 만들어져 팔리는 일도 흔했습니다. 정식 계약 없이 나온 것도 많았고, 상자와 제목만 바뀐 채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자료가 뒤엉켜 있는 것도 그 시절 유통이 그만큼 어지러웠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화면은 단출하고 소리는 단조롭습니다. 하지만 몇 분 만에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 수 있고, 죽으면 곧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요즘 게임이 앞부분에 들이는 설명과 연출이 통째로 없는 대신, 붙자마자 바로 게임이 시작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무명작을 굳이 다시 해 보는 이유는 그 시절 게임의 기본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대표작들만 보면 그 시대가 어땠는지 알기 어렵고, 이렇게 이름 없이 지나간 카트리지들을 몇 개 켜 봐야 당시 게임 시장의 실제 모습이 보입니다.
짧게, 여러 번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납니다. 오래 붙잡고 있을 물건은 아니지만, 잠깐 켜서 점수를 겨루기에는 알맞습니다. 옛 게임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바로 이렇게 짧게 여러 번 해 보는 것입니다.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더 재미있습니다. 오늘의 최고 점수를 적어 두고 다음에 그것을 넘기려고 하는 순간, 이 단순한 게임이 갑자기 목표가 있는 게임으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