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이글 II
트윈 이글 II (Twin Eagle Ii the Rescue Mission) · 1994 · Set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종스크롤 슈팅에서 기체는 대개 위만 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니 적도 위에서 내려오고, 탄도 위로만 나갑니다. 이 게임은 그 규칙을 깹니다. 헬리콥터를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돌릴 수 있어서, 옆으로도 쏘고 심지어 아래로도 쏩니다. 화면은 위로 흐르는데 기수는 뒤를 보고 있는 장면이 이 게임에서는 평범한 광경입니다.
트윈 이글 II(Twin Eagle II: The Rescue Mission)는 중무장 헬기를 몰고 세 개의 큰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아케이드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다시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고, 두 명이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세타가 1988년에 냈던 전작의 속편이자, 그 시기 종스크롤 슈팅 중에서도 유난히 손이 바쁜 축에 드는 작품입니다.
버튼이 세 개인 이유
이 게임에는 발사 버튼이 하나가 아닙니다. 공중의 적을 상대하는 일반 사격, 지상 목표물을 때리는 대지 사격, 그리고 수량이 정해진 폭탄이 각각 다른 버튼에 걸려 있습니다.
공중과 지상을 나눠 놓은 설계는 이 시기 헬기 소재 슈팅에서 자주 쓰던 방식입니다. 화면에 날아다니는 적과 땅에 박힌 포대가 함께 나오는데, 아무 버튼이나 눌러서는 둘 다 처리되지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공중인지 지상인지를 판단해 손가락을 바꿔야 하고, 이것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헛방을 계속 날리게 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요령은 두 손가락을 처음부터 각각의 버튼에 올려 두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누를 때가 되어서야 손가락을 옮기면 이미 늦습니다. 지상 목표는 화면 아래에서 올라와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대지 사격으로 전환하는 반응이 필요합니다.
360도 회전이 만드는 것
헬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은 화면 어디든 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옆에서 파고드는 적을 정면으로 맞이할 수 있고, 지나쳐 버린 지상 목표를 뒤돌아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종스크롤 슈팅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입니다.
대신 대가가 있습니다. 방향을 돌리는 동안에는 회피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줄고, 기수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으면 정작 앞에서 오는 적에게 아무 대응도 못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금 어디를 봐야 하는지를 계속 판단해야 하는 게임이고, 화면 아래에 붙어 위로만 갈기면 되는 슈팅과는 머리를 쓰는 방식이 다릅니다.
실전에서는 기본적으로 위를 보고 있다가, 옆이나 아래에 확실한 목표가 생겼을 때만 짧게 돌렸다가 곧바로 되돌리는 운용이 안전합니다. 회전을 남발하면 방향 감각을 잃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부술 수 있는 지형
이 게임의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화면에 있는 것 대부분이 부서진다는 점입니다. 건물도 통신탑도 계속 쏘면 무너져 내립니다. 배경으로만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반응하는 물체라는 감각이 확실합니다.
이것은 눈요기만이 아닙니다.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을 미리 정리해 두면 뒤에서 나오는 적을 일찍 볼 수 있고, 지상 목표물을 계속 부수는 것이 점수에도 직결됩니다. 화면을 정리하며 나아가는 재미가 이 게임에는 확실히 있습니다.
다만 파괴에 정신이 팔려 회피를 잊으면 곧바로 죽습니다. 지상을 때리는 동안에도 공중의 적은 계속 내려오고, 대지 사격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은 공중 사격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판단력입니다.
세타의 기판과 1994년이라는 시점
이 게임은 세타가 1990년대 초에 만든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당시로서는 성능이 넉넉한 편이어서, 부서지는 지형과 많은 수의 스프라이트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세타는 슈팅부터 마작과 액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물건을 냈던 회사이고, 자체 기판을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며 기술을 쌓았습니다.
1994년은 슈팅 장르가 이미 정점을 지나 탄막 쪽으로 방향을 틀던 시기입니다. 화면 가득 탄을 깔고 그 사이를 실 같은 판정으로 빠져나가는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인데, 이 게임은 그쪽 흐름과 다른 길을 갑니다. 탄을 피하는 정밀함보다 여러 조작을 동시에 다루는 분주함으로 승부한 작품입니다.
두 명이 함께할 때
두 명이 동시에 붙으면 이 게임의 성격이 조금 달라집니다. 한 명이 공중을 맡고 한 명이 지상을 정리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어서, 혼자 할 때의 분주함이 크게 줄어듭니다. 협력하는 재미가 실제로 살아 있는 구성입니다.
혼자 한다면 처음에는 회전 조작을 무리해서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종스크롤 슈팅처럼 위를 보며 진행하다가, 게임에 익숙해진 뒤 회전을 하나씩 섞어 가는 순서가 가장 덜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