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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스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스 (Final Fantasy Origins) · 2003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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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시작된 자리로 돌아가다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은 원래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닙니다. 그 첫 작품이 나온 것이 1987년 패미컴이었고,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나 시리즈가 세계적인 간판이 된 뒤에 다시 만들어진 것이 이 합본입니다. 처음 두 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그림과 음악을 새로 손보고 편의 기능을 넣어 지금 감각으로도 넘어갈 수 있게 다듬었습니다.

가장 반가운 변경은 아무 데서나 저장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원작은 던전 안에서 저장이 되지 않아 한 번 들어가면 끝을 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이 판에서는 중간에 접었다가 다시 켤 수 있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옛날 게임 특유의 벽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스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3)

어떤 게임인가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스(Final Fantasy Origins)는 초기 두 작품을 담은 턴제 RPG 모음집입니다. 세계 지도를 걸어 다니다 무작위로 적을 만나면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고, 파티 네 명에게 차례로 명령을 내려 싸웁니다. 마을에서 장비를 갖추고 다음 던전으로 향하는, RPG의 가장 기본형이 여기에 다 들어 있습니다.

1편은 빛의 전사 네 명이 네 개의 크리스탈을 되찾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짧지만, 시작할 때 직업 네 개를 직접 고르는 구성이 핵심입니다. 2편은 방향이 다릅니다. 이름과 사연이 정해진 주인공들이 제국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인물 중심 서사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오리진스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2003)

직업을 고르는 재미

1편의 재미는 대부분 첫 화면에서 결정됩니다. 전사, 시프, 몽크, 백마도사, 흑마도사, 적마도사 중에서 네 명을 뽑는데, 이 조합이 게임 전체의 성격을 정합니다. 전사 둘에 백마와 흑마를 하나씩 넣는 구성이 가장 무난하고, 처음이라면 이 조합을 권합니다.

반대로 몽크만 넷을 데려가는 식의 극단적인 구성도 가능합니다. 몽크는 장비 없이도 맨손 공격력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돈이 거의 들지 않는 대신 마법이 하나도 없어 회복을 전부 아이템에 기대야 합니다. 적마도사는 이것저것 다 하는 대신 어느 쪽도 최상위 마법을 못 배우고요. 중반 이후 직업이 상위 직업으로 바뀌는 전직이 있어서, 초반의 선택이 뒤에서 어떻게 꽃피는지 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2편의 독특한 성장 방식

2편은 레벨이 없습니다. 대신 실제로 한 행동이 그대로 능력치가 됩니다. 칼을 많이 휘두르면 검 숙련이 오르고, 맞으면 체력 최대치가 오르고, 마법을 계속 쓰면 그 마법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실제로 쓰는 것만 자란다는 발상이라 자유롭지만, 처음 하는 사람은 여기서 헤매기 쉽습니다.

요령은 단순합니다. 쓰고 싶은 무기를 처음부터 정해서 끝까지 그것만 쓰고, 회복 마법은 필요 없을 때도 종종 걸어 등급을 미리 올려 두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바꿔 가며 쓰면 어느 것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중반부터 몹시 힘들어집니다. 또 이 게임에는 대화 중 들은 단어를 다른 사람에게 되물어보는 키워드 시스템이 있어, 이야기를 진행하려면 사람들 말을 흘려듣지 않아야 합니다.

초반을 넘기는 요령

1편은 시작 직후가 가장 험합니다. 돈도 장비도 없는 상태로 마을 밖에 나가면 잡몹 몇 마리에게도 파티가 무너집니다. 처음에는 마을 근처만 맴돌면서 체력이 반쯤 닳으면 바로 여관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조금씩 돈을 모으고, 무기와 방어구를 한 벌 갖춘 뒤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정석입니다.

또 이 시리즈 초기작은 회복 수단이 인색합니다. 마법 사용 횟수가 등급별로 나뉘어 있고 그 횟수가 아주 적어서, 던전 하나를 도는 내내 아껴 써야 합니다. 회복약을 넉넉히 사 두는 것이 마법을 아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만한 이유

이 합본의 그림은 원작 도트를 그대로 확대한 것이 아니라 다시 그린 것입니다. 배경은 훨씬 촘촘해졌고, 마법 효과와 전투 연출도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음악 역시 다시 녹음되어, 원곡의 멜로디는 그대로인 채 훨씬 두꺼운 소리로 나옵니다.

시리즈를 뒤에서부터 접한 사람에게 특히 권할 만합니다. 나중 작품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여기서 어떤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는지가 눈에 들어오거든요. 두 편 모두 요즘 RPG에 비하면 짧은 편이라, 하나씩 끝내는 데 큰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순서는 1편부터가 자연스럽지만, 독특한 성장 방식을 먼저 겪어 보고 싶다면 2편으로 시작해도 상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