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5 플레이스테이션
파이널 판타지 5 (Final Fantasy Anthology Final Fantasy V) · 1999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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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갈아 끼우는 재미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잡 시스템입니다. 같은 인물이라도 어느 직업을 맡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합니다. 나이트로 앞을 막다가 흑마도사로 바꿔 마법을 쏘고, 다시 도적으로 바꿔 적의 물건을 훔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충분히 익히면 그 직업의 기술 하나를 다른 직업에 얹어 쓸 수 있습니다. 창을 든 용기사에게 백마법을 붙이거나, 마법검사에게 이도류를 붙이는 식의 조합이 가능해집니다. 이 조합을 찾아내는 과정이 이 작품을 오래 붙잡게 만듭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이널 판타지 5(Final Fantasy V)는 네 명의 일행이 세계를 돌며 크리스탈을 지키고 강대한 적을 막아 내는 이야기의 턴제 RPG입니다. 마을에서 정보를 얻고, 던전을 지나고, 적을 만나면 차례대로 명령을 내려 싸웁니다.
전투는 시간이 흐르는 방식입니다. 각자의 차례가 게이지로 차오르고, 채워진 순서대로 명령을 넣습니다. 생각하는 동안에도 적은 움직이므로, 어느 정도의 긴박함이 늘 따라붙습니다.
직업을 어떻게 굴릴까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마음에 드는 직업 하나만 계속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직업의 기술을 얻지 못해 후반에 조합이 빈약해집니다. 초반에는 오히려 여러 직업을 조금씩 돌려 가며 기본 기술부터 확보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일찍 확보해 두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흑마도사와 백마도사의 마법 사용 능력, 도적의 이동 속도 향상, 그리고 몬스터를 잡을 때 얻는 경험치를 늘려 주는 종류입니다. 이런 것들은 얹어 두면 이후의 모든 전투가 편해집니다.
네 명 모두 같은 구성으로 맞추기보다, 앞에서 맞는 역할 둘과 뒤에서 마법을 쓰는 역할 둘로 나누는 구성이 무난합니다. 익숙해지면 한 명을 보조 전담으로 두고 나머지를 화력에 몰아넣는 식으로 바꿔 볼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구간
이 작품의 이야기는 밝고 경쾌한 편이지만, 중반에 한 번 크게 무거워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장면 때문에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서 세계의 생김새가 바뀌고, 그때까지 익숙했던 지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스 가운데는 특정 조합이 아니면 상당히 오래 붙잡히는 상대가 있습니다. 물리 공격이 거의 통하지 않거나, 특정 속성에만 반응하는 식입니다. 벽에 부딪혔다고 느끼면 실력이나 등급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의 문제인 경우가 많으니, 직업 구성을 바꿔 보는 것이 정답인 때가 많습니다.
숨겨진 강한 상대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는 필요 없지만, 조합을 다듬어 이들을 잡아 보는 것이 이 게임을 오래 붙잡는 이유가 됩니다. 특정 직업의 기술을 조합해야만 통하는 상대가 있어, 사실상 시스템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시험하는 자리입니다.
이식판에 관하여
원래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것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옮긴 판입니다. 옮기면서 새 연출 장면이 앞뒤에 추가되었고, 화면 구성도 손질되었습니다. 대신 화면이 넘어갈 때 잠깐씩 기다림이 생기는데, 원본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이 점이 걸릴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 시기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7편의 인기에 힘입어 앞선 작품들을 찾아보는 흐름이 있었고, 이 이식판이 그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맞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보다 시스템을 굴리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이 시리즈에서 가장 잘 맞습니다. 조합을 바꿀 때마다 전투가 다르게 흘러가고, 같은 보스도 다른 방법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턴제 RPG를 처음 해 본다면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직업 조합의 폭이 넓어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깊이 고민하지 말고 눈에 띄는 직업을 골라 써 보면 됩니다. 무엇이 좋은지는 몇 번 싸워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