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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6 일본판

파이널 판타지 6 (Final Fantasy Vi Japan) · 1994 ·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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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실제로 멸망합니다

대부분의 RPG는 세계가 멸망하기 전에 주인공이 막아 냅니다. 이 게임은 다릅니다. 이야기 절반쯤에서 광대 케프카가 세계를 지탱하던 균형을 무너뜨리고, 대륙이 갈라지고 바다가 뒤집히며, 사람들은 흩어집니다. 그리고 게임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폐허가 된 세계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혼자 남은 티나와 셀리스가 무너진 땅을 걸으며 흩어진 동료를 하나씩 찾아 나가는 후반부는 RPG 역사에서 손꼽히는 구성입니다.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고 그다음을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지금도 특별하게 이야기됩니다.

파이널 판타지 6 일본판 RPG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4)

어떤 게임인가

파이널 판타지 6(Final Fantasy VI)은 스퀘어가 슈퍼패미컴으로 내놓은 롤플레잉 게임입니다. 마법이 사라진 세계에서 제국이 환수의 힘을 이용해 마도 병기를 만들고, 그에 맞서는 사람들이 모여 저항하는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한 명의 주인공을 두지 않고 열네 명에 달하는 캐릭터가 각자의 사연을 갖습니다. 각 인물마다 전투에서 쓰는 고유 명령이 다르고, 여기에 환수를 장착해 마법을 익히는 마석 시스템이 얹혀 자유로운 육성이 가능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6 일본판 RPG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4)

열네 명의 사연

제국의 병기로 쓰이던 소녀 티나, 도둑 로크, 왕국을 잃은 에드가와 마슈 형제, 배신자로 몰린 여장군 셀리스, 사무라이 카이엔, 화가 스트라고스와 손녀 리룸, 야생에서 자란 소년 가우, 도박사 세츠나, 기계 마술사 셰도우, 그리고 몇몇 숨은 동료까지.

각자에게 배정된 이야기의 밀도가 상당합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 소중한 이를 지키지 못한 사람,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같은 배에 탑니다. 특히 오페라 극장 장면과 카이엔의 회상 장면은 이 게임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후반부에서는 이들을 다시 모으는 것이 사실상 자유입니다. 몇 명은 찾지 않고도 결말까지 갈 수 있어서, 누구를 데려가느냐에 따라 마지막 여정의 색이 달라집니다.

마석과 육성

환수를 봉인한 마석을 캐릭터에게 장착하면 전투 후 마법을 조금씩 배웁니다. 다 배운 마법은 마석을 떼어 내도 남기 때문에, 마석을 돌려 가며 파티 전체에게 원하는 마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마석에는 레벨업 시 특정 능력치를 더 올려 주는 보너스도 붙어 있습니다. 어떤 마석을 끼고 레벨을 올리느냐에 따라 최종 능력치가 달라져서, 파고드는 사람은 이 부분까지 계산합니다.

여기에 캐릭터 고유 명령이 겹칩니다. 로크의 훔치기, 마슈의 필살기 커맨드 입력, 가우의 폭주, 셀리스의 마법 흡수 같은 것들이 각자 전혀 다른 전투 방식을 만들어 냅니다.

케프카라는 악역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케프카입니다. 시종 낄낄대는 광대의 모습이지만 하는 짓은 잔혹하고, 무엇보다 시리즈에서 실제로 목적을 달성해 세계를 무너뜨린 몇 안 되는 악역입니다.

최종 결전으로 향하는 장대한 곡과 결말부의 긴 엔딩 시퀀스는 슈퍼패미컴 음원으로 낼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밀어붙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지만, 슈퍼패미컴을 만져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최고의 RPG로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