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패미컴)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Europe) · 1992 · Mot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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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시간 60분이 진짜 60분입니다
이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시계가 돌아갑니다. 게임 속 60분이 아니라 실제 시간 60분입니다. 그 안에 지하 감옥 맨 아래에서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죽어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한 구간에서 계속 죽으면 남은 시간이 그대로 사라지고, 결국 마지막 방 앞에서 시계가 0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액션 실력만이 아니라 어디서 시간을 쓰고 어디서 아낄지를 판단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길을 다 외운 사람은 20분 남짓에 끝냅니다. 같은 게임을 두고 완전히 다른 경험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왕자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는 지하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위층으로 탈출하며 공주를 구하러 가는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달리고, 뛰고, 난간에 매달리고, 칼을 뽑아 병사와 겨룹니다.
이 게임이 당시 충격을 준 것은 움직임의 질감입니다. 걷기 시작할 때 몸이 앞으로 기울고, 멈출 때 미끄러지듯 발을 모으고, 매달렸다가 올라올 때 팔로 몸을 끌어올립니다. 실제 사람의 동작을 촬영해 옮긴 결과인데, 그 덕분에 조작에도 관성이 붙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즉시 반응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뛰기 전에 도움닫기 거리를 계산해야 하고, 낭떠러지 앞에서 급정거하면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이 무게감을 몸에 익히는 것이 첫 관문입니다.
함정으로 가득한 지하
길에는 함정이 촘촘합니다. 밟으면 무너지는 바닥, 아래위로 여닫히는 작두, 바닥에서 솟는 창이 대표적입니다. 대부분 즉사 함정이라 체력이 남아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작두는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면 반드시 잘립니다. 바로 앞까지 걸어가서 멈춘 뒤 통과하는 순간에 맞춰 지나가야 합니다. 무너지는 바닥은 밟는 순간 잠깐 버티므로, 그 사이에 다음 발판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곳곳의 물약도 성격이 다릅니다. 빨간 물약은 체력을 회복해 주고 파란 물약은 오히려 깎습니다. 큰 빨간 물약을 마시면 체력 상한 자체가 늘어납니다. 후반부를 버티려면 이런 상한 증가를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합니다.
칼싸움과 거울 속의 나
병사를 만나면 자동으로 칼을 뽑습니다. 검술은 찌르기와 막기 두 가지로 단순한데, 상대의 찌르기 타이밍을 읽고 막았다가 되받는 리듬 싸움입니다. 무리하게 앞으로 밀면 그대로 찔립니다.
중간에는 거울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분신과 마주칩니다. 이 상대는 칼로 이길 수 없고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야기와 규칙이 맞물린 대목이라 오래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에는 재상 자파와의 결전이 기다립니다. 여기까지 남은 시간과 체력이 곧 승산이므로, 앞 구간에서 얼마나 깔끔하게 왔는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패미컴으로 옮겨진 형태
원작은 애플 II로 나온 뒤 여러 기종으로 퍼졌습니다. 패미컴판은 하드웨어 사정상 색과 그림이 단순해졌지만, 관절이 이어지는 특유의 동작만큼은 최대한 살렸습니다.
일부 스테이지 구성과 함정 배치가 원판과 조금 다릅니다. 다른 기종으로 먼저 해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길에서 예상 밖의 함정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시계는 계속 흐르고, 조작에는 관성이 있고, 한 걸음 잘못 디디면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합니다. 이 긴장감이 이 게임을 지금까지 이야기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