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사커
코나미 하이퍼 사커 (Konami Hyper Soccer Europe) · 199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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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만 나온 축구 게임
이 게임을 처음 알게 되는 경로는 대개 비슷합니다. 코나미 게임 목록을 훑다가 낯선 제목을 발견하고, 알아보니 유럽에만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식입니다. 일본에서도 북미에서도 정식으로 나오지 않았고, 유럽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축구 게임이라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켜 보면 만듦새가 상당합니다. 선수들이 잔디를 밟는 소리와 관중석 소음이 깔리고, 슛이 골대 안쪽 그물을 흔드는 연출까지 들어 있습니다. 8비트 기기에서 축구를 이 정도로 보여 주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을 텐데, 코나미가 유럽 시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봤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떤 축구 게임인가
하이퍼 사커(Konami Hyper Soccer)는 나라 대표 팀을 하나 골라 상대를 차례로 꺾어 나가는 축구 게임입니다. 시점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형태로, 공을 가진 선수를 중심으로 화면이 따라 움직입니다. 조작은 두 개의 버튼으로 정리되어 있어 하나는 패스, 하나는 슛에 해당하고, 공이 없을 때는 같은 버튼이 태클과 선수 전환으로 바뀝니다.
한 경기의 흐름은 실제 축구와 같습니다. 전후반을 치르고, 반칙을 하면 프리킥이 주어지며, 코너킥과 골킥도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8비트 축구답게 경기 시간은 짧게 압축되어 있어서 한 경기가 금방 끝납니다.
잘 안 될 때 확인할 것들
처음 하면 공을 빼앗기는 것부터 답답합니다. 드리블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면 거의 막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태의 축구 게임은 대부분 짧은 패스로 수비 사이를 벌린 다음 빈 곳으로 뛰어드는 쪽이 훨씬 잘 통합니다. 공을 잡자마자 옆으로 한 번 내주는 습관을 들이면 경기가 달라집니다.
슛은 거리를 조심해야 합니다. 멀리서 강하게 차면 시원하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가기 쉽고,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서 차면 각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대각선으로 들어가며 반대쪽 구석을 노리는 것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수비에서는 태클 버튼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 요령입니다. 헛치면 상대가 그대로 지나가 버리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위험한 공간이 열립니다. 상대의 진로를 몸으로 막아 서다가 공이 발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만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간
초반 상대는 패스 두어 번이면 수비가 벌어져서 어렵지 않게 골을 넣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회 후반입니다. 상대 수비가 간격을 좁혀 오고, 이쪽이 공을 잡는 순간 두 명이 붙습니다. 이 구간부터는 무리해서 안으로 파고들기보다 측면으로 넓게 벌려 크로스를 올리는 쪽이 통합니다.
또 하나는 실점 뒤의 흐름입니다. 한 골을 먹고 급해져서 전원이 앞으로 나가면 역습 한 번에 두 번째 골을 내주기 쉽습니다.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면 원래 하던 대로 돌아가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코나미와 8비트 축구
코나미는 이 무렵 여러 기기에서 축구 게임을 꾸준히 만들던 회사였고, 훗날 축구 게임 시리즈로 이름을 굳히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 흐름의 초기에 있는 셈입니다. 화려한 필살기나 만화적인 연출 없이 실제 축구의 진행을 그대로 옮기려 한 점이 특징입니다.
같은 시기 8비트 기기에는 난투에 가까운 축구 게임도 있었습니다. 반칙이 허용되고 상대를 걷어차면서 골을 넣는 종류인데, 그쪽이 훨씬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게임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서, 축구를 축구답게 보여 주는 데 힘을 썼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밋밋해 보여도 몇 경기를 하면 패스가 도는 맛이 붙습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유럽 전용으로 나온 탓에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유통된 적이 사실상 없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축구 게임을 한다면 오락실 기판이거나, 복사팩에 실린 다른 축구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나중에 목록을 뒤지다가 발견하는 종류에 가깝습니다. 처음 보는 제목인데 만듦새는 좋고, 무엇보다 축구라는 규칙 자체는 설명이 필요 없어서 바로 한 경기를 붙어 볼 수 있습니다. 8비트 시절 축구 게임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해 보기에 괜찮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