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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스포츠 패미컴판

하이퍼 스포츠 (Hyper Sports Japan) · 1987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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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먼저 지치는 게임

오락실 앞에서 자를 대고 버튼을 문지르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달리기 종목의 기록이라는 건 결국 초당 몇 번 버튼을 두드리느냐로 정해졌고, 손가락 옆날로 버튼 두 개를 번갈아 쓸어내리는 요령을 아는 사람이 늘 이겼습니다. 나중에는 동전을 세워 굴리는 편법까지 나왔고, 오락실 주인이 그걸 보고 말리는 풍경도 흔했습니다.

하이퍼 올림픽(Hyper Sports)은 코나미가 만든 스포츠 종목 모음 게임입니다. 수영, 사격, 체조, 역도 같은 종목을 차례로 통과해 나가는 구조이고, 각 종목에는 기준 기록이 걸려 있어 그 선을 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게임이 끝납니다. 한국에서는 앞뒤 작품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하이퍼 올림픽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이퍼 스포츠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87)

종목마다 다른 손놀림

종목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순수하게 연타 속도를 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이밍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수영 자유형은 연타 그 자체지만 숨을 쉬는 순간을 놓치면 속도가 뚝 떨어지고, 도약 계열 종목은 연타로 속도를 올린 뒤 발판 앞에서 각도를 잡아야 합니다.

사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날아가는 표적을 조준해 맞히는 종목이라 손가락 힘이 아니라 눈과 반응이 필요합니다. 양궁도 마찬가지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읽고 시위를 놓는 순간을 재야 합니다. 연타로 밀어붙이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지는 지점이 보통 여기였습니다.

역도는 이 게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종목입니다. 바벨을 가슴까지 올리는 단계와 머리 위로 뻗는 단계가 따로 있고, 각 단계에서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선수가 뒤로 넘어집니다. 무게를 욕심내서 올려놓고 세 번 다 실패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이퍼 스포츠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87)

기록이 남는다는 것

이 게임이 오래 사랑받은 이유는 기록이 화면에 남기 때문입니다. 종목마다 세계 기록에 해당하는 숫자가 표시되고, 그것을 깨면 화면에 축하 연출이 뜹니다. 오락실에서는 그 숫자가 곧 서열이었습니다. 누가 몇 초를 끊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동네에 돌았고, 그 기록을 깨겠다고 며칠씩 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혼자 하는 게임이면서도 사실상 여럿이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이 앞사람 기록을 보고 있었고, 화면 속 관중석의 함성도 그 분위기를 부추겼습니다.

하이퍼 스포츠 패미컴판 스포츠 게임 화면 3 - 패미컴 (1987)

가정용으로 옮겨오면서

패미컴판은 오락실 기판의 종목을 추려 담았습니다. 원판의 화려한 연출은 다소 줄었지만, 연타와 타이밍이라는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다만 손에 쥐는 컨트롤러라 오락실 버튼처럼 손날로 쓸어내리는 기술을 쓸 수 없어, 엄지 두 개를 번갈아 두드리는 나름의 요령이 생겨났습니다.

집에서 하면 오락실보다 기록이 잘 안 나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동전을 넣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히 종목을 반복해 연습할 수 있었고, 형제나 친구끼리 번갈아 잡으면서 오락실 못지않게 시끄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