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올림픽
트랙 앤 필드 (Track Field) · 1983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 게임이 놓인 자리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버튼 두 개를 미친 듯이 두들기는 소리가 나고, 기계 앞에는 자를 대고 긁는 사람, 동전 옆면으로 문지르는 사람, 손날로 쓸어 대는 사람이 번갈아 섰습니다. 손목이 아플 때까지 연타하다가 결국 도구를 꺼내 들게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이퍼 올림픽(Track & Field)은 육상 종목을 하나씩 치르며 기준 기록을 넘기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코나미의 스포츠 게임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달리기 버튼을 빨리 두드려 속도를 올리고, 각도 버튼을 눌러 뛰거나 던집니다.
연타가 곧 실력이었습니다
속도 게이지는 버튼을 두드리는 빈도에 그대로 반응합니다. 손이 빠를수록 기록이 좋아지는 구조라, 실력이라는 게 결국 얼마나 오래 빠르게 두드릴 수 있느냐로 수렴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 한 종목만으로도 팔이 뻐근해집니다.
그래서 온갖 꼼수가 나왔습니다. 플라스틱 자를 버튼 위에 대고 튕기는 방법이 가장 유명했고, 동전이나 볼펜을 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업소에 따라 이런 도구 사용을 말리기도 했는데, 버튼이 남아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종목마다 다른 요령
멀리뛰기와 높이뛰기, 창던지기는 속도를 올린 뒤 각도를 잡는 방식이 공통이지만 최적 각도가 다 다릅니다. 대략 어느 지점에서 버튼을 놓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 관건이고, 이 감각을 잡으면 기록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허들은 연타 속도만이 아니라 장애물 앞에서 점프 타이밍을 맞춰야 해서 리듬이 중요합니다. 해머던지기는 회전하는 동안 놓는 순간을 봐야 하고,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기록이 뚝 떨어집니다. 종목마다 요구하는 감각이 달라서 한 사람이 전 종목을 고르게 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준 기록이라는 벽
각 종목에는 통과해야 하는 최소 기록이 걸려 있습니다. 못 넘기면 그대로 게임 오버라 다음 종목을 구경도 못 합니다. 뒤로 갈수록 기준이 올라가서, 앞 종목에서 체력을 다 쓰고 나면 뒤에서 무너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여러 명이 번갈아 붙어 기록을 겨루는 방식도 이 게임을 오래 살아남게 한 이유입니다. 옆 사람보다 0.1초 빠른 기록 하나로 승부가 갈리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였습니다. 이후 코나미는 같은 구조로 다른 종목을 담은 후속작들을 계속 내놓았고, 연타 스포츠라는 장르 자체가 여기서 출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