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환상수호전 2

환상수호전 2 (Gensou Suikoden Ii Japan) · 1998 · Konami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친구가 적이 되는 이야기

이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전투도 시스템도 아니고, 주인공과 조이의 관계입니다. 소년병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가 각자의 나라를 등에 지고 갈라서고, 결국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게 되는 흐름을 게임은 수십 시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쌓아 올립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 모든 장면이 무엇을 위한 준비였는지 알게 되는 구성이라, 엔딩을 보고 한동안 컨트롤러를 놓지 못했다는 회고가 유난히 많습니다.

환상수호전 2(Gensou Suikoden II)는 코나미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용 RPG입니다. 중국 고전 수호지에서 이름을 빌려 온 대로, 흩어진 108명의 인물을 하나씩 찾아내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입니다. 전작 환상수호전의 몇 년 뒤를 다루고 있어, 앞선 작품의 인물들도 곳곳에서 다시 얼굴을 비칩니다.

환상수호전 2 RPG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8)

108성, 사람을 모으는 게임

동료 108명은 단순한 수집 요소가 아닙니다. 그중 실제로 전투에 데려갈 수 있는 인원은 일부고, 나머지는 성으로 돌아와 각자의 일을 합니다. 누구는 대장간을 열어 무기를 벼려 주고, 누구는 상점을 차리고, 누구는 요리를 하거나 도박판을 벌이고, 누구는 정보를 물어다 줍니다. 사람이 늘수록 텅 비어 있던 성이 점점 북적이는 마을로 변해 가는데, 이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놓치면 영영 못 얻는 인물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정 시점을 넘기면 사라지거나,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합류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108명 전원을 모으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원을 모았을 때만 볼 수 있는 결말이 따로 있어서, 많은 사람이 공략을 옆에 펼쳐 놓고 두 번째 회차를 돌았습니다.

환상수호전 2 RPG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8)

세 겹으로 나뉜 전투

전투는 성격이 다른 세 가지가 번갈아 나옵니다. 평소에는 여섯 명을 앞뒤로 배치해 싸우는 일반 전투를 하는데, 특정 인물끼리 짝을 지으면 합체 공격이 나옵니다. 누구와 누가 붙어야 기술이 나오는지 찾아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였습니다.

두 번째는 일대일 결투입니다. 공격·방어·필살의 세 선택지가 가위바위보처럼 물리는 구조인데, 상대의 대사가 다음 행동의 힌트가 됩니다. 세 번째는 군대를 움직이는 전쟁 파트로, 모아 둔 동료가 유닛의 성능으로 직결됩니다. 사람을 많이 모을수록 전쟁이 편해지는 식이라 세 층위가 서로 맞물립니다.

문장이라는 마법

마법은 신체 부위에 새기는 문장으로 다룹니다. 인물마다 문장을 새길 수 있는 자리 수가 다르고, 어떤 문장을 어디에 붙이느냐로 역할이 결정됩니다. 화염이나 번개 같은 공격 계열, 회복 계열은 물론이고 무기에 속성을 얹는 문장도 있어 조합의 폭이 넓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도 문장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스물일곱 개의 진문장이 있고, 그것을 몸에 지닌 자에게는 큰 힘과 그만한 대가가 따릅니다. 주인공과 조이가 각각 무엇을 짊어지게 되는지가 곧 이 이야기의 결말이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오래 남는 이유

그래픽은 당시 기준으로도 화려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3D가 대세로 넘어가던 시기에 이 게임은 끝까지 2D 도트로 만들어졌고, 그 덕에 오히려 지금 봐도 낡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을마다 다르게 흐르는 음악도 오래 회자되는 부분입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가 없었는데도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RPG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고, 처음 잡는 사람에게는 초반 몇 시간을 견디라는 조언이 늘 따라붙습니다. 그 뒤부터가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