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언리미티드
007 언리미티드 (007 the World Is Not Enough) · 2000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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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자리에서 시작하는 임무
007 시리즈 게임의 매력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본 장면 안으로 직접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총을 쏘는 장면만이 아니라, 경비를 피해 문을 따고, 도청기를 심고, 폭탄을 해제하는 장면까지 내 손으로 하게 됩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임무 목록만 읽어도 어느 장면인지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무대는 유럽 곳곳을 옮겨 다니고, 임무는 잠입과 총격 사이를 오갑니다. 요원답게 조용히 처리할지, 아니면 정면으로 뚫을지를 어느 정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 게임들의 공통된 성격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007 언리미티드(007 The World Is Not Enough)는 제임스 본드를 조작해 각 무대에 주어진 임무를 하나씩 완수해 나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한 스테이지에 들어가면 해야 할 일이 목록으로 주어지는데, 지정된 인물을 찾거나 장비를 확보하거나 특정 지점까지 도달하는 식입니다. 목록을 다 채워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시점은 본드의 등 뒤나 시야를 따라가고, 이동하면서 조준해 쏩니다. 무기는 권총부터 소총, 산탄총까지 무대에서 얻어 가며 바꿔 씁니다. 탄약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데나 쏘고 다니면 정작 필요할 때 빈손이 됩니다.
요원 장비와 잠입
이 시리즈답게 특수 장비가 나옵니다. 문을 여는 도구, 상황을 살피는 장치, 소리를 죽인 총 같은 것들인데, 각각 쓸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소음기를 단 총은 경비를 조용히 처리해 경보를 막아 주므로, 잠입 구간에서는 이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장비를 언제 꺼내느냐도 감각이 필요합니다. 급한 상황에서 장비를 고르느라 멈춰 서 있으면 그사이에 총을 맞습니다. 다음 방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미리 짐작하고 손에 들고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보가 울리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없던 적이 계속 몰려오고, 조용히 끝낼 수 있었던 구간이 총격전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처음 들어가는 방은 급하게 뛰어들지 말고 문 옆에서 안을 살피는 것이 기본입니다. 경비 한 명을 놓쳐 경보가 울리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민간인을 쏘면 임무가 실패로 처리되는 구간도 있습니다. 요원이라는 설정을 규칙으로 옮긴 것인데, 정신없이 쏘다가 여기서 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큰 벽은 조준입니다. 이 시절의 패드 조작으로 움직이면서 정확히 맞히기는 쉽지 않아서, 멈춰서 조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벽이나 기둥 뒤에서 몸을 반쯤 내밀고 한 명씩 처리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합니다.
체력 관리도 중요합니다. 회복 수단이 무대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다 찾겠다고 돌아다니다 적을 더 만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체력으로 다음 구간을 넘길 수 있는지 판단하고, 필요할 때만 찾으러 가는 편이 낫습니다.
임무 목록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것도 흔한 실수입니다. 방을 다 뒤졌는데 진행이 안 된다면 대개 목록에 있는 무언가를 건너뛴 것입니다. 막혔다 싶으면 지나온 방을 다시 훑는 것이 답일 때가 많습니다.
007 게임이라는 계보
1990년대 후반 이후 007을 소재로 한 게임은 여러 편 나왔고, 그중 몇몇은 이 장르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잘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의 인기에 기댄 작품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잠입과 총격을 섞은 임무 구조는 그 시절에 상당히 신선한 조합이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은 같은 제목으로 나온 여러 기종판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능 차이 때문에 기종마다 무대 구성과 연출이 다르고, 이 판본은 그 하드웨어에 맞게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영화가 워낙 유명했던 덕에 007이라는 이름만 보고 잡아 본 사람이 많았고, 총만 쏘는 게임인 줄 알았다가 잠입 구간에서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