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 8
록맨 8 (Mega Man 8) · 1996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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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맨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켜면 도트 그림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상이 흐릅니다. 성우가 대사를 읽고, 록맨과 닥터 와일리가 화면 안에서 움직입니다. 8비트 시절부터 록맨을 해 온 사람에게는 낯선 시작이었습니다. 오프닝이 끝나고 익숙한 스테이지 선택 화면이 뜨는 순간에야 아, 록맨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그 게임이 록맨 8(Mega Man 8)입니다. 시리즈 정규 넘버링 여덟 번째 작품으로, 그림과 음악을 32비트 시대에 맞춰 크게 새로 만든 판입니다.
여덟 보스, 그리고 무기
기본 구조는 시리즈 그대로입니다. 여덟 명의 보스 스테이지를 원하는 순서로 골라 들어가고, 보스를 이기면 그 보스의 무기를 가져옵니다. 그 무기가 다른 보스의 약점이라, 순서를 찾아내는 것이 이 시리즈의 오랜 재미입니다.
이번 보스들은 텐구맨, 아스트로맨, 소드맨, 클라운맨, 서치맨, 프로스트맨, 그레네이드맨, 아쿠아맨입니다. 얻는 무기도 성격이 뚜렷해서, 얼음을 쏘거나 폭탄을 굴리거나 검을 휘두르는 식으로 손맛이 제각각입니다. 무기를 바꿔 가며 같은 스테이지를 다시 도는 재미가 있습니다.
볼트를 모으는 재미
이번 작품에는 스테이지 곳곳에 볼트가 흩어져 있습니다. 이걸 모으면 상점에서 능력을 사서 붙일 수 있습니다. 체력 회복 성능을 올리거나, 대시 거리를 늘리거나, 록 버스터의 성능을 강화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클리어하지 못해도 손해가 아닙니다. 스테이지를 다시 돌면서 볼트를 모아 몸을 키우고 다시 도전하는 흐름이 생깁니다. 시리즈 중에서도 초심자가 붙잡고 늘어지기 좋은 편에 속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눈에 띄는 구간
중간중간 성격이 완전히 다른 구간이 끼어 있습니다. 록맨이 보드 같은 것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며 장애물을 피하는 강제 스크롤 구간이 대표적인데, 화면에 뜨는 지시에 맞춰 점프와 슬라이딩을 골라야 합니다. 반응 속도를 요구해서 여기서 몇 번씩 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동생 롤과 조수 러쉬,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조력자들이 스테이지 진행을 도와줍니다. 러쉬를 불러 위로 솟구치거나 아이템을 받는 감각은 예전 작품 그대로라, 시리즈를 해 온 사람에게는 반가운 부분입니다.
시리즈 안에서
록맨 8은 도트 시대의 록맨이 마지막으로 크게 몸을 바꾼 자리에 있습니다. 이후 시리즈는 한동안 쉬었다가 록맨 9에서 오히려 8비트 시절의 그림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화려한 그림과 애니메이션 연출은 시리즈 전체에서도 유독 튀는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난이도는 시리즈 평균보다 조금 낮은 편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록맨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쪽이 입문으로 괜찮습니다. 무기 상성을 찾아내는 재미, 죽으면서 길을 외우는 재미, 그 두 가지가 이 시리즈의 전부이고 여기에도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