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잼 (슈퍼패미컴)
NBA 잼 (Nba Jam Europe REV a) · 1994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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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넣으면 공에 불이 붙습니다
농구 게임에 처음으로 "불"이라는 개념을 들여온 게임입니다. 같은 선수가 연속으로 세 번을 성공시키면 공에 화염이 감기고, 해설이 목이 터져라 "히이이이즈 온 파이어!"를 외칩니다. 그 상태에서는 슛 성공률이 사실상 백 퍼센트에 가까워지고, 골대 뒤에서 던져도 들어가며, 림에 닿는 순간 백보드가 산산조각 나는 연출까지 붙습니다.
이 한 가지 장치가 게임의 성격을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실제 농구라면 골고루 나눠 쓰는 게 맞겠지만, 여기서는 잘 들어가는 선수 한 명에게 공을 몰아주는 게 정답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불이 붙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선수를 막아야 합니다. 공을 뺏거나, 슛 동작에 몸을 부딪쳐 넘어뜨리거나, 아예 못 잡게 밀어내는 겁니다.
어떤 게임인가
NBA 잼(NBA Jam)은 실제 NBA 팀과 선수를 쓰면서도 규칙은 거의 다 걷어낸 2대2 스트리트 농구 게임입니다. 한 팀에서 두 명만 코트에 나오고, 파울도 워킹도 3초 룰도 없습니다. 남아 있는 규칙은 골텐딩과 24초 정도이고, 나머지는 전부 자유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공격할 때는 슛 버튼과 패스 버튼 두 개, 수비할 때는 같은 버튼이 블록과 몸싸움으로 바뀝니다. 대시 버튼을 눌러 달리다 슛 버튼을 길게 누르면 덩크가 나가고, 골대에 가까울수록 화려한 동작이 나옵니다. 배운 지 삼십 초면 시합을 시작할 수 있고, 깊이는 그 뒤에 붙습니다.
한 판은 네 쿼터로 나뉘어 있고 쿼터 사이에 성적 화면이 끼어듭니다. 여기서 어느 쪽이 슛을 몇 개 넣었고 덩크를 몇 번 했는지 비교해 주는데, 이게 다음 쿼터의 판을 짜는 재료가 됩니다.
덩크 하나 보려고 넣던 동전
이 게임의 진짜 볼거리는 덩크입니다. 골대 앞에서 뛰어오르면 공중에서 몸을 세 바퀴 돌리거나, 다리 사이로 공을 통과시키거나, 백보드 위쪽까지 솟아올랐다 내리꽂습니다. 물리 법칙을 대놓고 무시하는 높이인데, 그게 어색하지 않고 통쾌합니다.
덩크는 성공률이 높기도 합니다. 외곽에서 던지는 3점은 확률 싸움이지만, 골대 밑까지 파고들어 넣는 덩크는 블록만 피하면 거의 들어갑니다. 그래서 처음 하는 분들께는 무조건 파고들라고 말씀드립니다. 상대 선수 둘이 골대 앞을 막고 있으면, 패스로 한 명을 끌어낸 다음 빈 쪽으로 돌파하면 됩니다.
블록도 마찬가지로 화끈합니다. 상대가 덩크하러 뛰어오르는 순간에 맞춰 점프하면 공을 코트 반대편까지 쳐냅니다. 타이밍이 빠듯해서 매번 되지는 않지만, 한 번 성공하면 그 판이 통째로 기억에 남습니다.
선수 고르기와 숨은 캐릭터
팀을 고르면 그 팀 선수 중 둘을 뽑게 됩니다. 선수마다 슛, 3점, 덩크, 스피드, 수비 같은 항목이 다르게 매겨져 있어서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가 시합 내용을 바꿉니다. 3점 능력치가 높은 선수와 덩크가 좋은 선수를 하나씩 데려가는 게 무난하고, 둘 다 빠른 선수로 채워 속공만 노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숨은 캐릭터가 잔뜩 들어 있는 것도 이 시리즈의 재미였습니다. 이름 입력 화면이나 시작 화면에서 특정 조작을 넣으면 개발자, 마스코트, 심지어 정치인까지 코트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 목록을 알아내려고 친구들끼리 온갖 조합을 눌러 보던 기억이 있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오락실판과 슈퍼패미컴판
원판은 오락실 기판으로 나왔고, 네 명이 한 대에 붙어 2대2로 겨루는 그림이 흔했습니다. 슈퍼패미컴 이식판은 화면 해상도와 음성이 줄었지만 게임의 골자는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덩크 동작도, 불붙는 연출도, 해설 목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게 들어가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판이라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오락실에서는 동전이 떨어지면 거기서 끝이지만, 여기서는 시즌을 이어 가며 여러 팀을 차례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컨트롤러가 둘 있으면 한 팀을 같이 조작해 협력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팀을 잡고 맞붙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봐도 이 게임은 조금도 낡지 않았습니다. 규칙을 줄이고 연출을 키운다는 방향이 워낙 뚜렷해서, 농구를 몰라도 십 분이면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