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K. III
T.N.K. III (T N K Iii Us) · 1985 · S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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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를 밀면 탱크가 그쪽으로 가는데, 포신은 엉뚱한 데를 겨누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이 가장 먼저 겪는 당황스러움입니다. 이동 방향과 조준 방향이 따로 논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게임이 왜 그런 조작 장치를 달고 나왔는지도 함께 이해하게 됩니다.
탱크(T.N.K. III)는 탱크를 몰고 위로 올라가며 적을 쓸어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은 아래에서 위로 계속 흐르고, 그 안에서 보병과 적 전차, 포대가 쉴 새 없이 나옵니다. 조작은 돌릴 수 있는 레버를 써서, 미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레버 자체를 회전시켜 포탑을 원하는 쪽으로 돌립니다. 위로 전진하면서 오른쪽 아래를 겨누는 식의 움직임이 가능해집니다.
루프 레버라는 물건
SNK가 이 시기에 밀던 조작 장치가 회전하는 레버였습니다. 일반 8방향 레버는 미는 방향과 쏘는 방향이 하나로 묶여 있지만, 이 레버는 둘을 갈라놓습니다. 덕분에 후퇴하면서 앞을 계속 쏘거나, 옆으로 이동하며 위를 겨누는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문제는 익히기가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손목으로 레버를 돌리면서 동시에 방향을 미는 동작이 처음에는 따로 놀아서, 원하는 쪽으로 포신을 못 돌린 채 그냥 밟히는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초반 몇 판을 조작 연습에 쓴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감이 오면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가장 위험한 건 눈앞의 적이 아니라 옆에서 붙는 보병입니다. 탱크는 덩치가 커서 좁은 길에서 피할 공간이 부족한데, 보병은 작고 빠르게 다가옵니다. 포신을 위로만 두고 전진하다 보면 측면에서 붙은 보병에게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동은 위로 하되 포신은 상황에 따라 좌우로 계속 흔들어 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지형도 적입니다. 길이 좁아지는 구간이 나오고, 벽이나 장애물에 갇히면 회피 공간이 사라집니다. 이런 곳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좌우 어느 쪽으로 붙을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화면이 위로 계속 흐르기 때문에 멈춰서 고민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 이 게임의 압박입니다.
전차와 보병의 차이
적 전차는 단단하고 반격도 강합니다. 정면에서 맞붙으면 서로 몇 발을 주고받게 되는데, 이 게임에서 몇 발을 맞는다는 건 대개 죽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차는 각을 틀어서 상대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면을 피해 옆으로 돌아 들어가면서 포신만 돌려 쏘는 방식이, 루프 레버가 있어서 가능해지는 대표적인 움직임입니다.
포대처럼 고정된 목표물은 사거리 밖에서 미리 처리하는 게 정석입니다. 화면 위쪽에 나타나는 순간 포신을 그쪽으로 돌려 두면, 접근하기 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앞을 미리 보는 습관이 곧 실력입니다.
SNK의 그 시절
1985년의 SNK는 아직 네오지오도, 격투 게임도 없던 시절입니다. 대신 군인과 전차를 소재로 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액션 슈팅을 계속 만들었고, 그 계보가 훗날 이카리 시리즈와 게릴라전 계열로 이어집니다. 이 게임은 그 흐름의 초기에 놓인 작품이라, 뒤에 나올 것들의 밑그림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특히 루프 레버는 이 회사가 한동안 계속 밀던 장치였습니다. 조작이 어려워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동과 조준을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는 분명한 개성이었습니다. 나중에 일반 레버로도 할 수 있게 바꾼 기판이 나올 만큼, 이 장치는 이 시절 SNK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그냥 "탱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보다, 화면에 나오는 탱크와 돌아가는 레버로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레버가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애들도 옆에 붙어 구경하던 기계였습니다.
다만 그 레버가 오락실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이기도 했습니다. 험하게 쓰면 금방 헐거워지고, 헐거워진 레버로는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게임이 못 할 물건이 됐습니다. 잘 관리된 기계를 만나면 반갑고, 망가진 기계를 만나면 동전이 아까웠던 그런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