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블록 브레이커
VS 블록 브레이커 (Vs Block Breaker Europe) · 1997 · Kanek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벽돌깨기는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입니다. 아래에서 막대를 좌우로 움직여 공을 튕기고, 위쪽 블록을 하나씩 지우는 그 단순한 규칙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후발 작품들은 늘 같은 고민을 안고 나옵니다. 이 규칙에 무엇을 더할 것인가. 이 게임이 고른 답은 대전이었습니다. 혼자 블록을 지우는 대신, 옆 사람과 나란히 지우면서 서로를 방해합니다.
VS 블록 브레이커(VS Block Breaker)는 화면을 둘로 나눠 두 사람이 동시에 벽돌깨기를 하며 겨루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 버튼으로 끝나고, 아이템을 먹어 막대를 넓히거나 공을 늘리는 등 익숙한 장치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혼자 할 때는 스테이지를 차례로 깨 나가는 평범한 벽돌깨기지만, 둘이 앉으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전이 붙으면 달라지는 것
혼자 하는 벽돌깨기의 적은 자기 실수뿐입니다. 공을 놓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다 지웁니다. 그래서 침착함이 곧 실력입니다. 그런데 대전이 붙으면 속도가 실력에 끼어듭니다. 상대보다 먼저 지워야 하니 안전하게만 갈 수 없고, 위험한 각도로 공을 보내는 판단을 계속 해야 합니다.
방해 요소도 생깁니다. 잘 지우면 상대 화면에 블록이 추가되거나 나쁜 효과가 걸리는 식으로, 내 성과가 곧 상대의 부담이 됩니다. 이 구조 때문에 벽돌깨기가 낙하형 대전 퍼즐과 비슷한 리듬을 갖게 됩니다. 크게 한 번에 지워 압박을 주느냐, 안전하게 조금씩 지우며 버티느냐를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공을 다루는 요령
벽돌깨기에서 실력의 대부분은 막대의 어느 지점으로 받느냐에 있습니다. 막대 가운데로 받으면 공은 곧게 올라가고, 끝으로 받을수록 각이 눕습니다. 각이 누우면 좌우로 오래 튕기며 블록을 훑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지워지지만, 그만큼 공이 돌아오는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공을 쫓아다니는 것입니다. 공이 있는 쪽으로 막대를 계속 따라가면 늘 한 박자 늦습니다. 대신 공이 벽에 맞고 어디로 갈지를 미리 그려서, 도착할 자리에 막대를 먼저 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이 습관 하나만 붙여도 놓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또 하나는 아이템 욕심입니다. 좋아 보이는 아이템을 받으려고 막대를 화면 끝까지 옮기다가 정작 공을 놓치는 일이 흔합니다. 공의 위치가 위험하면 아이템은 포기하는 것이 맞고, 특히 공이 여러 개로 늘어난 상태에서는 아이템보다 공 관리가 우선입니다.
카네코라는 회사
카네코는 1980년대부터 오락실 기판을 만들어 온 회사입니다. 크게 히트한 대표작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여러 장르에 꾸준히 물건을 내며 오락실 한 켠을 채워 온 쪽에 가깝습니다. 슈팅과 액션, 스포츠, 퍼즐까지 폭이 넓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자체 기판을 새로 만들어 그 위에 몇 편을 올렸습니다.
이 게임도 그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화면에 쓰는 색이 넉넉하고 움직임이 매끄러워, 오래된 장르인 벽돌깨기를 그 시기 기준으로 산뜻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 기판은 카네코가 만든 마지막 오락실 기판이 되었고, 이후 회사는 오락실 시장에서 점차 물러납니다.
오락실 구석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벽돌깨기 계열은 늘 구석에 한 대씩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격투나 슈팅처럼 사람을 몰고 다니지는 않지만,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한 판이 짧아 자리를 기다리는 동안 앉기 좋았습니다. 어린 손님이나 처음 오락실에 온 사람이 부담 없이 시작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처럼 대전을 붙인 벽돌깨기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습니다. 혼자면 금방 질리는 규칙인데 옆 사람이 있으면 계속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작이 좌우 하나뿐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바로 붙을 수 있고, 그래서 둘이 나란히 앉았을 때 가장 재미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