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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호건스 앨리

VS. 호건스 앨리 (Vs Hogans Alley SET ha4 1 E 1) · 1985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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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쏘기 게임에서 제일 어려운 건 빨리 쏘는 게 아니라 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그 사실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가르칩니다. 판자가 획 돌아서면 거기 그려진 사람이 총을 든 악당일 수도, 그냥 지나가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에 가 있고, 판단할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틈에 쏠지 말지를 정해야 하는데, 잘못 쏘면 점수가 깎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실패로 처리됩니다.

이 게임은 닌텐도가 만든 총 쏘기 게임입니다. 원제는 호건스 앨리(Vs Hogans Alley)이고, 앞에 붙은 표기는 닌텐도가 오락실용으로 내놓은 대전형 기기 규격에서 온 것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표적을 총으로 겨눠 쏘는 게 전부인데, 표적을 고르는 판단이 들어가면서 단순한 사격 연습과는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원래 이름 자체가 실제 경찰과 군의 사격 훈련장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VS. 호건스 앨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세 가지 방식

이 게임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판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판자가 돌아서면서 표적이 드러나는 사격장 방식입니다. 세 개가 한꺼번에 돌아서고, 그중 악당만 골라 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둬야 합니다. 순서를 잘못 잡으면 시간 안에 다 처리하지 못합니다.

다른 하나는 거리 풍경 안에서 표적이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창문이나 문 뒤, 골목 끝 같은 곳에서 갑자기 얼굴이 나오는데,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 화면 전체를 훑고 있어야 합니다. 앞의 방식이 판단력을 시험한다면 이쪽은 주의력을 시험합니다.

세 번째는 표적을 고를 필요가 없는 판입니다. 굴러 나오는 물건을 쏴서 계속 띄워 올리는 식으로, 잠깐 긴장을 풀고 손만 쓰면 되는 구간입니다. 앞의 두 방식 사이에 끼어 숨을 돌리게 해 줍니다.

실수가 나오는 이유

처음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같은 실수를 합니다. 판자가 돌아서는 걸 보자마자 쏘는 것입니다.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데, 이 게임은 정확히 그 반사를 함정으로 씁니다. 민간인이 섞여 있으니 반사적으로 쏘면 반드시 걸립니다.

요령은 시선을 움직임이 아니라 형태에 두는 것입니다. 악당과 민간인은 그림이 분명히 다르게 그려져 있고, 그 차이를 미리 눈에 익혀 두면 돌아서는 순간 구분이 됩니다. 처음에는 느리게 가더라도 확인하고 쏘는 습관을 들여야, 나중에 빨라졌을 때도 틀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신중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세 개가 동시에 돌아서는데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시간이 끝납니다. 한 눈에 세 개를 같이 보고 쏠 것만 골라내는 눈이 필요하고, 이게 이 게임에서 실력이 늘어나는 부분입니다.

난이도가 오르는 방식

진행할수록 표적이 돌아서 있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처음에는 느긋하게 보고 쏠 수 있던 것이 나중에는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늦습니다. 표적 수도 늘어나고, 쏘면 안 되는 표적의 비율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후반에는 화면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하나씩 순서대로 보는 사람은 반드시 막히고, 세 개를 동시에 눈에 담는 사람이 넘어갑니다. 이 차이가 기록의 대부분을 만듭니다.

남긴 것

표적을 골라 쏘는 구조는 이후 총 쏘기 게임에서 아주 흔한 문법이 됩니다. 인질이 섞여 나오고 그걸 쏘면 벌을 받는 구성, 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넣어 긴장을 만드는 방식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단순한 사격 게임에 판단이라는 축을 하나 더 얹은 초기 사례로 볼 만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총을 쓰는 기계는 흔치 않았습니다. 총 부속이 따로 달려야 하니 들여오기도 고치기도 번거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직접 해 본 사람보다는 이름으로만 아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은 단출합니다. 표적 그림 몇 종류와 배경 몇 장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몇 판 하다 보면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쏘면 안 되는 것을 쏴 버렸을 때의 그 짧은 후회가 지금도 똑같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붙잡을 게임은 아니지만, 한 판이 짧고 실패가 분명해서 다시 하게 됩니다. 총 쏘기 게임의 재미가 명중률이 아니라 판단에 있다는 걸 가장 적은 재료로 보여 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