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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크루세이더

가이아 크루세이더 (Gaia Crusaders) · 1999 · Noise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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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지오 벨트스크롤의 마지막 세대

1999년쯤 되면 오락실의 주력은 이미 대전 격투와 3D 레이싱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옆으로 걸어가면서 적을 두들겨 패는 벨트스크롤 액션은 한물간 장르 취급을 받던 때입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나왔고, 그것도 판타지 세계관에 다섯 명의 속성 전사를 세워 놓고 캐릭터마다 필살기와 공중 연속기를 다르게 짜 넣은, 꽤 공들인 물건으로 나왔습니다. 장르의 황혼기에 나온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화면은 화려하고 손맛은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가이아 크루세이더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어떤 게임인가

가이아 크루세이더(Gaia Crusaders)는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몰려드는 적을 때려눕히는 벨트스크롤 액션입니다. 마왕과 그 군세에게 넘어간 세계를 되찾는다는 설정 아래, 플레이어는 원소의 힘을 다루는 전사 다섯 명 중 하나를 골라 한 화면씩 적을 정리하며 나아가고 구간 끝의 보스를 처리하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두 명이 함께 붙어 할 수 있고, 이런 게임이 늘 그렇듯 둘이 붙으면 난이도보다 협동의 재미가 앞섭니다.

조작은 레버와 공격, 점프 버튼 위주입니다. 여기에 체력을 조금 깎아 쓰는 필살기가 붙는데, 이 장르의 표준 문법이라 처음 잡는 사람도 금방 감을 잡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연속기가 제법 길게 이어지고 띄운 적을 공중에서 계속 때릴 수 있어서, 그냥 버튼을 두들기는 것과 연속기를 이해하고 넣는 것 사이의 차이가 큽니다.

다섯 명의 전사, 그리고 숨은 캐릭터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다섯입니다. 불과 바람을 다루는 빠르고 곡예적인 움직임의 전사, 속도와 방어와 공격력이 고루 갖춰진 무난한 표준형, 부적을 들고 싸우는 빠르고 강하지만 방어가 약해 피해를 크게 받는 여사제, 화염구와 방어막 같은 주문을 주로 쓰는 마법사, 그리고 팔을 회전시키거나 등에서 에너지 포를 꺼내 쓰는 로봇입니다. 로봇은 아주 빠르고 장갑이 튼튼한 대신 한 대의 위력이 낮습니다.

처음이라면 표준형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이 장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몰매인데, 방어가 약한 캐릭터는 한 번 둘러싸이면 그대로 목숨 하나가 날아갑니다. 반대로 익숙해지면 방어가 약한 대신 화력이 센 캐릭터가 훨씬 즐겁습니다. 애초에 맞지 않으면 방어력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특정 조건에서 물 속성을 쓰는 캐릭터 둘이 더 열리는데, 이런 숨은 요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 오락실에서는 한동안 화제가 됐을 법한 구성입니다.

막히는 지점과 넘기는 요령

벨트스크롤에서 초보자가 죽는 이유는 거의 하나로 수렴합니다. 앞으로 너무 많이 나갑니다. 화면 오른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뒤쪽에서 적이 새로 나타나 앞뒤로 끼이게 됩니다. 요령은 화면 왼쪽 끝을 등지고 서서 적이 오는 방향을 한쪽으로 몰아 두는 것입니다. 이 위치만 지켜도 체력 소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벨트스크롤 특유의 깊이 개념입니다. 이 장르에서 공격은 좌우로만 뻗고 위아래 깊이는 거의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좌우로 뛰어드는 게 아니라 위아래로 반 칸씩 어긋나게 서서 적의 공격 선을 벗어난 상태로 접근합니다. 적과 정확히 같은 선에 서 있는 시간을 가능한 짧게 만드는 것이 이 장르의 핵심입니다.

세 번째는 필살기 쓰는 타이밍입니다. 체력을 깎아 쓰는 기술이라 아끼게 되는데, 둘러싸인 상태에서 아끼다가 죽는 것이 훨씬 손해입니다. 적이 셋 이상 붙었으면 망설이지 말고 쓰는 편이 맞습니다. 회복 아이템이 나오는 구간을 대략 기억해 두면 언제 체력을 쓰고 언제 아낄지 계산이 섭니다.

노이즈 팩토리와 그 시절 사정

이 게임을 만든 노이즈 팩토리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네오지오 계열 게임 개발에 여러 차례 참여한 이력이 있는 곳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네오지오 기판은 성능이 이미 낡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새 기판을 살 여력이 없는 소규모 오락실에서 오래 살아남았고 개발비도 적게 들었습니다. 낡은 하드웨어를 다루는 노하우가 쌓인 회사들이 그 위에서 계속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사정 때문입니다.

이 게임의 그래픽을 보면 그 노하우가 드러납니다. 하드웨어가 표현할 수 있는 색과 스프라이트 수는 한정돼 있는데, 캐릭터 도트를 큼직하게 그리고 동작 매수를 늘려서 실제 성능보다 훨씬 부드럽고 화려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 네오지오 후기작들이 공통적으로 보여 주는 특징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에서는 이 게임이 크게 퍼지지 않았습니다. 1999년의 한국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벨트스크롤은 이미 몇 년 전에 유행이 지난 장르로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이런 장르는 한 판이 길고 회전이 느려서 업주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별칭 없이 원제로 불렸고, 봤다는 사람보다 나중에 알게 된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서 해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놓쳤던, 장르의 마지막 세대가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었는지를 뒤늦게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