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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MSX)

대항해시대 (Daikoukai Jidai) · 1990 · Ko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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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나가는 순간의 막막함

리스본 항구에서 배 한 척을 받아 출항하면, 게임은 어디로 가라는 말을 해 주지 않습니다. 지도에는 아직 가 보지 않은 항구가 대부분 비어 있고, 식량과 물은 한정되어 있으며, 바다 어딘가에는 해적이 있습니다. 이 막막함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새 항구에 무사히 닿아 그 도시의 특산품을 확인하는 순간, 게임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이건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 파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안 가 본 곳으로 나가 보는 이야기입니다.

대항해시대 (MSX) RPG 게임 화면 1 - MSX (1990)

어떤 게임인가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는 16세기 유럽의 항해자가 되어 배를 몰고 세계를 오가는 시뮬레이션입니다. 항구에서 물자를 사고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더 큰 배와 더 많은 선원을 갖추어 더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이 기본 흐름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무역으로 부를 쌓는 길, 해적을 잡거나 적국 배를 나포하는 길, 아직 알려지지 않은 땅을 발견하는 길이 모두 열려 있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진행이 달라집니다.

대항해시대 (MSX) RPG 게임 화면 2 - MSX (1990)

무역이라는 기본기

각 항구는 저마다 잘 나는 물건과 귀한 물건이 다릅니다. 향신료가 흔한 곳에서 사서 그것이 귀한 곳까지 실어 나르면 큰 차익이 남습니다. 다만 거리가 멀수록 항해 중 소모가 크고 위험도 커지므로, 이익과 위험을 견주는 계산이 늘 따라붙습니다.

같은 물건을 한곳에 계속 팔면 값이 떨어지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한 노선만 반복하기보다 여러 항로를 돌리는 편이 결국 더 벌립니다. 배를 늘려 화물칸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배가 커지면 선원과 식량이 더 들어가니 무작정 키울 수는 없습니다.

항해와 전투

바다에 나가면 식량과 물이 계속 줄어듭니다. 다 떨어지면 선원들이 상하고, 상태가 나빠진 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 보급지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항로를 잡아야 합니다.

해상에서 적을 만나면 전투로 들어갑니다. 대포를 쏘아 상대 배를 깎아 놓고 접근해 백병전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인데, 바람의 방향이 이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리하게 싸우기보다 도망칠 줄 아는 것도 실력입니다.

시리즈의 시작점

이 작품은 이후 오래 이어지는 코에이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뒤에 나온 작품들이 인물과 이야기를 크게 늘렸다면, 이 첫 작품은 무역과 항해라는 뼈대를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여러 기기로 옮겨졌고 기기마다 화면과 편의가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 잡아 보면 안내가 적어 초반이 험하지만, 항로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재미는 이 시절 작품이 유난히 진하게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