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즈 메가드라이브판
레밍즈 (Lemmings Europe) · 1992 · Seg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것들
이 게임의 레밍들은 놀라울 만큼 멍청합니다. 문이 열리면 밖으로 나와 앞만 보고 걷습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서고, 낭떠러지가 나오면 그냥 떨어집니다. 앞에 무엇이 있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손을 대지 않으면 전부 죽습니다.
이 무력함이 게임의 출발점입니다. 플레이어는 레밍을 직접 조종하지 못합니다. 그저 몇몇에게 역할을 부여할 뿐이고, 나머지는 알아서 걸어갑니다. 대신 걷는 그들의 앞길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 그것이 이 게임에서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정해진 수를 출구로
레밍즈(Lemmings)는 화면 한쪽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레밍들을 반대쪽 출구까지 무사히 보내는 퍼즐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마다 몇 마리 이상을 살려야 통과인지 정해져 있고, 주어진 시간과 역할 개수도 제한돼 있습니다.
영국 개발사 DMA 디자인이 만들어 아미가에서 크게 성공했고, 이후 거의 모든 기종으로 퍼졌습니다. 조작이 단순한데 머리는 한참 써야 하는 구조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붙잡아 두는 힘이 있었습니다.
여덟 가지 역할
레밍에게 줄 수 있는 역할은 여덟 가지입니다. 우산을 펴고 천천히 내려오는 것, 벽을 타고 오르는 것, 땅을 아래로 파는 것, 앞을 뚫는 것, 비스듬히 파고 들어가는 것, 다리를 놓는 것, 그 자리에 서서 다른 레밍을 되돌려 보내는 것, 그리고 스스로 터져 지형을 부수는 것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이 여덟 가지 중 몇 개를 몇 번씩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그래서 문제는 늘 같습니다. 이 재료로 어떻게 길을 만들 것인가. 다리를 놓을 횟수가 두 번뿐이라면, 그 두 번을 어디에 쓸지가 스테이지 전체의 답입니다.
가장 자주 쓰이는 조합은 앞을 막아설 레밍을 세워 두고, 그 뒤에서 나머지가 모여 있는 동안 길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 한 수를 익히면 풀리는 스테이지가 크게 늘어납니다.
시간과 속도 조절
레밍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과 손을 움직일 시간을 나눠 써야 합니다. 나오는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서, 천천히 내보내며 앞길을 정리한 다음 속도를 올려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운용이 가능합니다.
손쓸 수 없게 됐을 때를 위한 마지막 수단도 있습니다. 모든 레밍을 한꺼번에 터뜨려 판을 끝내는 것인데,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버튼인 셈입니다. 화면 가득한 레밍이 차례로 폭발하는 광경이 이 게임의 유명한 장면 가운데 하나입니다.
난도가 나뉜 스테이지
스테이지는 난도별로 묶여 있습니다. 처음 묶음은 역할 하나만 제대로 쓰면 풀리는 수준이지만, 뒤로 갈수록 지형이 복잡해지고 쓸 수 있는 역할은 줄어듭니다. 마지막 묶음에 이르면 한 마리도 낭비하지 못하는 정교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스테이지의 해법은 대개 한 가지뿐입니다. 그래서 풀리지 않을 때는 답답하지만, 실마리를 찾는 순간의 쾌감이 큽니다. 화면 구조를 먼저 훑고 출구까지의 경로를 머릿속에 그린 다음 손을 대는 것이 정석입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원작의 스테이지 구성과 조작을 잘 옮겨 온 이식입니다. 마우스 대신 패드로 커서를 움직이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조금 답답할 수 있지만, 몇 판만 지나면 익숙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