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게임보이판
테트리스 (Tetris World) · 1989 · Nintend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기계를 팔아치운 게임
휴대용 게임기 하나를 사면 상자 안에 이 게임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보이를 산 사람은 사실상 전부 이 게임을 갖고 있었고, 반대로 이 게임을 하려고 게임보이를 산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계가 게임을 판 게 아니라 게임이 기계를 팔아치운,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흑백 화면에 색도 없고 소리도 단조롭지만, 한 번 시작하면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이불 속에서, 수업 시간 책상 밑에서 이 게임을 하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일곱 가지 블록
테트리스(Tetris)는 위에서 떨어지는 블록을 좌우로 옮기고 돌려서, 가로 한 줄을 빈틈없이 채우면 그 줄이 사라지는 퍼즐입니다. 줄이 사라지지 않고 쌓이기만 하면 블록이 화면 꼭대기에 닿고 그대로 끝납니다.
블록은 정사각형 네 개를 붙여 만들 수 있는 일곱 가지 모양입니다. 길쭉한 막대, 네모, 그리고 알파벳을 닮은 나머지가 돌아가며 떨어집니다. 이 중 긴 막대는 좁고 깊은 틈에만 들어가기 때문에, 오른쪽 끝에 한 칸을 비워두고 막대를 기다렸다가 네 줄을 한꺼번에 지우는 게 이 게임의 가장 큰 쾌감입니다.
러시아에서 온 규칙
원래는 소련의 알렉세이 파지트노프가 만든 게임입니다.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복사되며 퍼졌고, 판권을 둘러싼 다툼도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게임보이판이 배경 음악으로 러시아 민요를 쓴 것도 이 출신 때문입니다. 첫 곡으로 흐르는 그 선율은 게임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도 알아들을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음악은 여러 곡 중에 고를 수 있고, 시작 화면에서 쌓인 높이를 미리 정해두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일부러 높이를 올려두고 시작하면 처음부터 손이 바빠집니다.
통신 케이블 대전
게임보이판이 특별했던 건 두 대를 케이블로 연결해 둘이 겨룰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내가 여러 줄을 한꺼번에 지우면 상대 화면 아래에 쓰레기 줄이 밀려 올라갑니다. 네 줄을 한 번에 지웠을 때 상대 쪽에서 나는 비명이 이 대전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혼자 할 때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블록이 빨리 떨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할 틈 없이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하고, 그러다 한 칸을 잘못 두면 그 실수가 계속 쌓여 결국 무너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빨리 두는 게 아니라 표면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끝나지 않는 게임
이 게임에는 마지막 스테이지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지고, 남는 건 점수뿐입니다. 그런데도 몇십 년이 지나도록 새로 만들어지고 계속 팔리는 걸 보면, 블록을 돌려 맞추는 이 단순한 동작에 사람이 쉽게 질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