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오브 킨
마스터스 오브 킨 (The Masters of Kin) · 1988 · Du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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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게임
이 게임을 켜면 어디서 들어 본 음악이 나옵니다. 착각이 아닙니다. 코나미의 육상 경기 게임에서 쓰이던 곡이 그대로 흘러나오고, 점수 기록을 남기는 화면에서는 유명한 영화 주제곡이 나옵니다. 허락받고 쓴 것이라 보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1980년대 후반 아케이드 시장에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잘 팔리는 기판을 복제하거나, 남의 소재를 가져다 쓰거나, 인기 게임을 흉내 낸 기판이 상당한 물량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저작권 관리가 지금 같지 않았고, 기판은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완성도만으로 평가하기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 아케이드 시장의 뒷골목이 어땠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게임 자체보다 그 배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마스터스 오브 킨(The Masters of Kin)은 옆으로 흐르는 화면에서 검을 휘두르는 액션 게임입니다.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기사 조르그의 아내가 사악한 마법사에게 납치되어 성으로 끌려갔고, 그를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설정입니다.
조작도 소박합니다. 좌우로 움직이고, 뛰고,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검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평범하게 앞으로 베는 동작과 위로 올려 베는 동작입니다. 지상의 적과 공중에서 덤비는 적을 다르게 상대해야 하니, 이 두 가지를 구분해 쓰는 것이 기본기입니다.
한 판의 흐름은 앞으로 나아가며 마주치는 적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목표 지점까지 가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고, 성으로 가까워질수록 적이 늘고 배치가 험해집니다. 1980년대 오락실 액션의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처음 하면 어디서 막히는가
이런 게임에서 가장 흔한 죽는 이유는 공격 판정과 피격 판정의 차이를 몰라서입니다. 검을 휘두르는 동안 몸도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적에게 닿기 전에 이쪽이 먼저 부딪히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몇 번 죽어 보면서 검이 닿는 거리를 몸으로 재는 것이 첫 과제입니다.
요령은 먼저 휘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적이 다가오게 두고 사거리 안에 들어온 순간 베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이 시절 게임은 대체로 공격 동작에 딜레이가 있어서, 헛스윙 한 번이 그대로 피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난이도가 튀는 구간은 적이 위아래로 나뉘어 동시에 들어올 때입니다. 지상 적을 베려고 평범한 공격을 쓰는 순간 위에서 다른 적이 내려오면, 올려 베는 동작으로 바꿀 시간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싸우지 말고 물러나서 적이 한 줄로 오도록 유도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 시절 액션 게임의 문법
1988년은 오락실 액션이 한창 다양해지던 때입니다. 옆으로 걸으며 여러 명을 상대하는 벨트스크롤 액션이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였고, 검이나 무기를 든 캐릭터로 진행하는 게임도 흔했습니다. 이 게임의 구조는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다만 대형 제작사의 작품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큰 회사 게임은 캐릭터 동작이 부드럽고, 적의 배치가 잘 계산되어 있으며, 판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 줍니다. 이런 소규모 기판은 그런 여유가 없어서, 같은 요소를 반복하며 난이도만 올리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납치된 사람을 구하러 간다는 설정 역시 이 시절 액션 게임이 가장 자주 쓰던 얼개입니다. 이야기를 길게 설명할 화면도 시간도 없으니, 누구나 한 줄로 이해할 수 있는 동기를 붙여 놓는 것이 효율적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는 유명하지 않은 기판이 꽤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인기 기판은 비싸고 구하기 어려우니, 값싼 기판을 들여와 구석 자리에 놓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름 모를 게임 앞에 앉아 봤던 기억은 대부분 이런 경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부류에 속합니다. 크게 인기를 끌지도, 오래 기억되지도 않았지만, 어느 오락실 어느 구석에서 누군가는 동전을 넣고 이 게임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 게임이 기록으로 남아 지금도 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 해 보기에는 부담이 없습니다. 조작이 세 가지뿐이라 배울 것이 없고, 한 판이 짧아 실패해도 금방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1980년대 오락실 액션이 어떤 감각이었는지를 꾸밈없이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