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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든 NFL 2000

매든 NFL 2000 (Madden Nfl 2000 USA) · 1999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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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는 공을 한 번 던지고 나면 경기가 멈추는 스포츠입니다. 멈춰 있는 시간 동안 양 팀은 다음 한 번의 플레이를 어떻게 짤지 정하고, 그 짧은 몇 초의 실행으로 승부가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이 게임이 재현한 것은 달리고 던지는 화려한 장면보다 그 사이의 판단입니다. 작전판을 펼쳐 수십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화면이 이 게임의 진짜 중심이고, 그래서 규칙을 모르면 손도 대기 어렵지만 알고 나면 헤어나오기 어렵습니다.

매든 NFL 2000(Madden NFL 2000)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게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팀을 골라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맡고, 매 플레이마다 작전을 선택한 뒤 실제 조작으로 실행합니다. 네 번의 시도 안에 정해진 거리를 전진하면 공격권이 이어지고, 실패하면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이 단순한 규칙 위에 수백 가지 작전이 얹혀 있는 구조입니다.

매든 NFL 2000 스포츠 게임 화면 1 - 닌텐도 64 (1999)

한 번의 플레이가 흘러가는 방식

공격 차례가 되면 먼저 작전을 고릅니다. 짧게 던지는 패스, 길게 노리는 패스, 러닝백에게 넘겨 달리게 하는 작전 등이 그림으로 표시됩니다. 선택한 뒤 스냅을 하면 선수들이 정해진 경로로 흩어지고, 플레이어는 쿼터백을 조종해 열려 있는 동료를 찾아 던지거나 직접 뜁니다.

수비 차례에는 상대의 작전을 짐작해서 대응을 고릅니다. 상대가 패스를 노릴 것 같으면 뒤를 두껍게 지키는 작전을, 달릴 것 같으면 앞을 막는 작전을 고르는 식입니다. 예상이 맞으면 상대를 뒤로 밀어내고, 빗나가면 크게 전진당합니다. 이 심리전이 미식축구 게임의 핵심 재미입니다.

조작 자체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던질 대상을 고르는 버튼과 달리는 방향 조작이 전부에 가깝습니다. 어려운 것은 손이 아니라 판단이며, 그래서 실력은 반복해서 하는 만큼 붙습니다.

매든 NFL 2000 스포츠 게임 화면 2 - 닌텐도 64 (1999)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큰 벽은 규칙입니다. 네 번의 시도로 정해진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본만 알아도 절반은 해결되는데, 이걸 모르면 왜 공격권이 넘어가는지조차 이해가 안 갑니다. 네 번째 시도에서는 대개 공을 차서 상대를 멀리 밀어내는 선택이 정석이라는 점도 처음에는 잘 모릅니다.

두 번째는 작전 목록의 압박입니다. 화면 가득 낯선 이름의 작전이 뜨니 무엇을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옵니다. 이럴 때는 짧은 패스와 중앙 러닝 두어 개만 정해두고 그것만 반복하는 편이 낫습니다. 익숙해진 뒤에 하나씩 늘려가면 됩니다.

세 번째는 던질 타이밍입니다. 스냅 직후 상대 수비수가 곧장 달려들기 때문에, 망설이면 그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동료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더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공을 던져 버리거나 직접 앞으로 달려 조금이라도 전진하는 편이 손해가 적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이 시리즈는 해마다 새 편이 나오는 형태로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세기가 바뀌는 무렵의 이 편은 3차원 표현이 자리를 잡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세밀해지던 시기의 작품에 해당합니다. 이전 세대의 평면적인 화면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경기장을 돌려 보고, 카메라가 플레이를 따라 움직이는 표현이 익숙해진 무렵입니다.

닌텐도64는 컨트롤러 하나에 아날로그 스틱과 여러 버튼이 달려 있어 이런 스포츠 게임에 잘 맞았습니다. 네 개의 조종기 단자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는 점도 컸습니다. 여럿이 모여 팀을 나눠 붙을 수 있는 환경이 기기 차원에서 마련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다른 스포츠 게임과의 차이

축구나 농구 게임은 공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조작 실력이 곧 실력입니다. 반면 이 게임은 멈춰 있는 시간에 무엇을 고르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조작이 서툰 사람도 작전 선택이 좋으면 이길 수 있고, 반대로 손이 빨라도 상대의 수를 못 읽으면 계속 밀립니다. 스포츠 게임보다 보드게임에 가까운 감각이 섞여 있습니다.

한 판이 긴 편이라는 점도 특징입니다. 쿼터 길이를 줄이지 않으면 한 경기에 꽤 시간이 걸립니다. 대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흐름이 여러 번 뒤집히기 때문에, 끝까지 봤을 때 남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국내에서 미식축구는 대중적인 종목이 아니었습니다. 규칙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이 게임을 처음 켠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로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벽 때문에 축구나 농구 게임만큼 널리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규칙을 알게 된 사람들은 유난히 깊게 빠졌습니다. 작전판을 놓고 고민하는 재미가 다른 스포츠 게임에는 없는 종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켜본다면, 처음 몇 판은 헤매더라도 기본 규칙만 익히고 나면 왜 이 시리즈가 그렇게 오래 이어졌는지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