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일레븐 64
인터내셔널 슈퍼스타 사커 64 (International Superstar Soccer 64 Europe) · 1997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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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게임의 기준을 바꾼 계보
1990년대 중반, 축구 게임을 고를 때 사람들이 나누던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실제 선수 이름이 나오느냐, 아니면 조작이 잘 되느냐. 이 시리즈는 후자를 택한 쪽이었고, 그 대신 공이 발에 붙는 감각과 패스가 나가는 타이밍을 다듬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이름 없는 선수들로 채워진 대표팀을 두고도 사람들이 이쪽을 붙잡았던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닌텐도 64로 나온 이 작품은 그 계보가 3D 다각형으로 넘어온 첫 시도 중 하나입니다. 선수들이 납작한 그림이 아니라 입체로 뛰고, 카메라가 경기장을 따라 움직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위닝일레븐 64(International Superstar Soccer 64)는 국가대표팀을 골라 친선전이나 대회를 치르는 축구 게임입니다. 실명 라이선스가 없어 선수 이름은 비슷하게 바꿔 놓았는데, 실제 선수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재미가 따로 있었습니다.
한 경기의 흐름은 여느 축구 게임과 같습니다. 패스로 공을 돌려 상대 수비를 벌리고, 빈 곳으로 침투해 슛을 넣습니다. 다만 이 시리즈는 짧은 패스와 스루패스, 로빙 패스가 버튼 누르는 세기와 방향에 따라 확실히 갈라져서, 같은 버튼이라도 어떻게 누르느냐로 결과가 달라집니다.
수비할 때는 압박과 슬라이딩 태클이 있고, 골키퍼는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파울과 카드도 나오기 때문에 무작정 태클을 들이대다가는 수적 열세를 자초합니다.
조작을 익히는 순서
처음 잡으면 대개 공을 잡자마자 달리다가 뺏깁니다. 이 게임은 드리블만으로 수비를 뚫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어서, 패스를 먼저 익혀야 합니다. 짧은 패스로 공을 돌리다 상대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순간 반대쪽으로 길게 넘기는 흐름이 기본입니다.
다음은 스루패스입니다. 수비 뒷공간으로 미리 찔러 주는 패스인데, 받을 선수를 보고 넣는 게 아니라 공간을 보고 넣어야 맞습니다. 이게 손에 익으면 득점 수단이 확 늘어납니다.
슛은 누르는 시간으로 세기가 정해집니다. 골대 앞에서 힘껏 누르면 대부분 하늘로 뜨므로, 짧게 끊어 차는 감각을 익히는 편이 골이 잘 들어갑니다. 세트피스는 별도의 조작 흐름이 있어서 몇 번 연습해 두면 프리킥 하나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대표팀 고르기
팀마다 공격력과 수비력, 속도, 팀 전체의 성향이 다릅니다. 빠른 측면 선수를 가진 팀은 옆으로 벌려 크로스를 올리는 방식이 잘 통하고, 중원이 단단한 팀은 짧은 패스로 중앙을 파고들기 좋습니다. 포메이션도 경기 중에 바꿀 수 있어서, 지고 있을 때 수비 하나를 빼고 앞으로 올리는 선택이 실제로 효과를 냅니다.
대회 모드에서는 체력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이 지치고, 지친 선수는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교체 카드를 언제 쓰느냐가 토너먼트 후반의 승부를 가릅니다.
둘이 할 때
이 게임이 오래 기억되는 건 대전 때문입니다.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통하던 패턴이 사람 상대로는 전혀 안 먹히고, 반대로 사람은 낚이는 수가 컴퓨터에는 안 통합니다. 페인트로 방향을 속이고, 일부러 느리게 공을 몰다 급가속하는 식의 수 싸움이 벌어집니다.
같이 하는 사람과 실력이 비슷하면 한 경기가 끝나고 바로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일이 흔했습니다. 골이 잘 안 나오는 편이라 한 골의 무게가 크고, 그래서 마지막 몇 분의 긴장이 유독 셌습니다.
시리즈 안에서
이 작품 이후 시리즈는 실명 팀을 다루는 쪽과 대표팀을 다루는 쪽으로 갈라지며 이어졌고, 나중에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축구 게임 계보로 자리 잡습니다. 이 64판은 그 흐름의 중간에서 2D 시절의 조작 감각을 3D로 옮기는 실험을 한 판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계열을 통틀어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많았고, 게임기를 갖춘 곳에서 둘씩 앉아 대전하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실명이 아니어도 팀 전력만 보면 누가 강팀인지 다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다르다는 게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