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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 크리스탈

매지컬 크리스탈 (Magical Crystals World 920110) · 1991 · Ka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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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펼친 듯한 화면

전원을 넣으면 짙은 색으로 칠한 숲과 둥글둥글한 캐릭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을 채우고 있던 것은 근육질 주인공이 깡패를 때려눕히는 벨트스크롤이나 총알이 화면을 메우는 슈팅이었는데, 이 게임은 그 사이에서 혼자 그림책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면 색이 밝고 캐릭터가 작고 통통해서,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발을 멈추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만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보기와 달리 적이 꽤 빽빽하게 나오고, 한 번 맞으면 바로 목숨이 줄어드는 구간도 있습니다. 귀여운 겉모습과 제법 매서운 속을 함께 가진 것이 이 게임의 인상입니다.

매지컬 크리스탈 액션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게임인가

매지컬 크리스탈(Magical Crystals)은 마법을 쓰는 주인공을 조작해 판타지 세계를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레버로 걷고 뛰고, 버튼으로 마법 탄을 쏘아 앞을 막는 적을 치우는 것이 기본입니다. 화면을 좌우로 이동하면서 발판을 오르내리고, 구간 끝에 자리한 큰 적을 쓰러뜨리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방해하는 것을 없애고, 끝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 복잡한 커맨드나 외워야 할 조작이 없어서 처음 붙잡은 사람도 곧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붙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화면 양쪽을 나눠 맡는 식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매지컬 크리스탈 액션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주인공을 고르는 재미

시작할 때 성격이 다른 주인공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쏘는 마법의 모양과 퍼지는 범위, 움직이는 속도가 저마다 달라서 어느 쪽을 잡느냐에 따라 같은 구간도 다르게 풀립니다. 탄이 넓게 퍼지는 쪽은 몰려나오는 잡졸을 정리하기 편하고, 한 줄로 곧게 나가는 쪽은 큰 적의 약점을 계속 두들기기에 좋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탄이 넓게 나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조준이 정확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맞아 주기 때문에, 화면 구조를 익히는 동안 버텨 낼 여유가 생깁니다. 구간을 대충 외운 다음에는 화력이 집중되는 쪽으로 바꿔 보면 큰 적을 훨씬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강해지는 마법

진행하다 보면 마법을 강화하는 것들이 나옵니다. 모아 두면 탄이 커지거나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같은 버튼을 눌러도 화면을 지우는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반대로 한 번 죽으면 쌓아 둔 것이 사라지므로, 강해진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그날의 성적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욕심을 부리는 순간 무너집니다. 화면 구석의 아이템을 주우러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맞고, 약해진 상태로 다음 구간에 들어가 또 맞는 흐름이 가장 흔한 패배 방식입니다. 강화 상태가 좋을 때는 굳이 더 챙기려 하지 말고 안전한 길로 지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은 위아래로 겹친 발판 구간입니다. 뛰어오르는 동안에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데, 그 틈을 노려 적이 다가오면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뛰기 전에 그 자리에서 앞쪽을 먼저 쏴서 길을 비워 두는 습관을 들이면 훨씬 덜 죽습니다.

큰 적과 맞붙을 때는 화면 끝에 붙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구석에 몰리면 피할 방향이 한쪽으로 줄어들어서, 공격이 겹쳐 들어올 때 빠져나갈 곳이 없어집니다. 가운데를 중심에 두고 좌우로 오가면서, 상대가 공격을 끝내고 잠시 멈추는 순간에만 다가가 때리는 식이 안정적입니다.

카네코라는 회사

이 게임을 만든 카네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아케이드 기판을 꾸준히 내놓던 중견 제작사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한 작품에 물량을 쏟아붓기보다, 눈에 띄는 소재나 조작을 하나씩 잡아서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드는 쪽이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화려한 규모보다 그림과 분위기로 승부한 축에 듭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오래 자리를 지킨 게임이 아닙니다. 캡콤과 코나미의 대작이 줄줄이 들어오던 시기라 중소 제작사의 액션 게임은 몇 달 놓였다가 다른 기판으로 교체되기 쉬웠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오락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사람이라면, 어느 구석에서 이런 색감의 화면을 본 기억이 남아 있을 만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