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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맥스 리턴즈

메탈 맥스 리턴즈 (Metal Max Returns Japan) · 1995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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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RPG는 마왕을 쓰러뜨리라는 사명으로 시작합니다. 이 게임은 다릅니다. 주인공은 세상을 구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집을 나와 현상금 사냥꾼이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것이 전부입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잡을지, 언제 그만둘지를 플레이어가 정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게임 초반에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고, 끝까지 현상금만 쫓으며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메탈 맥스 리턴즈(Metal Max Returns)는 문명이 무너진 세계에서 전차를 몰고 다니며 현상금이 걸린 몬스터를 사냥하는 RPG입니다. 걸어서 움직이는 인물 전투와, 전차에 타고 벌이는 전차 전투가 함께 돌아갑니다. 전차는 그저 탈것이 아니라 부품 단위로 뜯어고치는 대상이라, 이 게임의 절반은 전차를 만지는 시간입니다.

메탈 맥스 리턴즈 RPG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전차를 굴리고 고치는 게임

전차에는 주포와 부포, 특수 장비, 엔진, 차체가 있고 각각을 따로 갈아 끼웁니다. 강한 대포를 달고 싶어도 엔진이 약하면 무게를 못 버티고, 차체가 약하면 몇 대 맞고 주저앉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달지는 늘 저울질이 됩니다. 공격력을 올릴지, 버티는 힘을 올릴지, 아니면 짐을 더 실을 여유를 남길지가 매번 다른 답을 갖습니다.

전차는 피해를 입으면 장갑이 깎이고, 심하면 파손되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때는 정비소로 끌고 가서 수리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수리도 못 하니, 무리하게 강한 적에게 덤볐다가 전차를 잃고 걸어서 돌아오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은 하게 됩니다. 이 실패가 벌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 이 게임의 성격입니다.

세계 곳곳에는 버려진 전차가 숨어 있습니다. 찾아내서 견인하고 수리하면 새 기체가 됩니다. 전차를 발견하는 순간의 기쁨이 다른 RPG에서 전설의 무기를 줍는 것과 비슷한데, 그 뒤에 이걸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해지니 여운이 더 깁니다.

메탈 맥스 리턴즈 RPG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현상금 사냥

마을의 술집에는 현상금이 걸린 몬스터 목록이 붙어 있습니다. 어디쯤에 있고 얼마를 준다는 정보만 있을 뿐, 어떻게 잡으라는 안내는 없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부딪혀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물러났다가 준비를 갖춰 다시 갑니다.

현상금 대상들은 그냥 강한 적이 아니라 저마다 사연과 생김새가 있습니다. 어떤 놈은 특정 지형에만 나타나고, 어떤 놈은 특정 공격에 유난히 약합니다. 잡고 나서 술집에 돌아가 돈을 받는 절차까지가 한 세트라, 사냥이 끝나고 보상을 챙기는 그 마무리가 은근히 개운합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레벨이 낮아도 요령과 장비로 잡을 수 있는 대상이 있고, 레벨이 높아도 대비 없이 가면 지는 대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행 순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리메이크로서 달라진 것

원작은 패미컴 시절에 나왔고, 이 작품은 그것을 슈퍼패미컴으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그림과 음악이 크게 좋아졌고, 지역과 사건이 더해졌으며, 후속작에서 도입된 편의 요소들이 들어왔습니다. 전차를 손보는 항목이 늘어나서 개조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정보 관리가 편해졌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현상금이 남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원작에서 메모장을 옆에 놓고 하던 부담이 줄었습니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이런 정리 기능의 유무가 체감 난이도를 크게 바꿉니다.

이 시리즈만의 자리

1990년대 일본 RPG는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며 감정을 쌓는 쪽이 주류였습니다. 메탈 맥스는 그 흐름에서 비켜서 있습니다. 이야기의 힘 대신 세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자유와, 기계를 만지는 손맛으로 승부를 봅니다. 최종 보스를 잡지 않아도 끝을 볼 수 있는 구조까지 갖췄으니, 당시 기준으로는 꽤 과감한 설계였습니다.

황폐한 세계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견줘도 색깔이 다릅니다. 절망을 강조하기보다 그 안에서 사냥꾼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건조한 일상을 보여주고, 개 한 마리가 동료가 되는 것 같은 여유도 있습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세계관이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이 이 시리즈의 매력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에서는 슈퍼패미컴 시절 일본어 RPG 대부분이 그랬듯 언어의 벽이 컸습니다. 현상금 정보와 부품 설명을 읽어야 제대로 굴러가는 게임이라, 뜻을 모르면 전차를 왜 못 움직이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널리 퍼지기보다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명작으로 회자되는 쪽이었습니다.

대신 한 번 빠진 사람은 오래 붙잡았습니다. 전차를 개조해 강해지는 과정과, 목록에 적힌 이름을 하나씩 지워 나가는 재미는 언어와 상관없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리메이크판은 입문작으로 자주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