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크 3
봉크 3: 봉크의 대모험 (Bonk Iii Bonk S Big Adventure USA) · 1993 · Hudson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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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라고는 머리통 하나
이 게임의 주인공은 칼도 총도 들지 않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집만 한 대머리 하나입니다. 적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 들이받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는 정수리부터 내리꽂아 바닥을 흔들어 놓습니다. 절벽을 오를 때도 이빨로 벽을 물고 매달렸다가 머리를 휘둘러 한 칸씩 기어오릅니다. 공격도 이동도 전부 머리 하나로 해결하는 캐릭터라, 처음 잡으면 우스꽝스럽다가 몇 분만 지나면 이상하게 손에 붙습니다.
머리를 쓰는 방식이 저마다 갈린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서서 하는 박치기는 앞의 적을 밀어내는 용도이고, 점프해서 내리꽂는 박치기는 아래쪽 적과 부술 수 있는 지형을 때리는 용도입니다. 공중에서 연달아 머리를 흔들면 낙하 속도가 느려져서 원래는 닿지 않을 발판까지 건너갈 수 있습니다. 버튼은 몇 개 되지 않는데 쓰임새가 계속 갈라지고, 뒤로 갈수록 같은 버튼을 다르게 쓰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봉크 3(Bonk III: Bonk's Big Adventure)는 원시 시대를 배경으로 옆으로 흐르는 화면을 뛰고 부수며 나아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커다란 머리를 가진 원시인 소년이 주인공이고, 또 한 번 소동을 일으킨 공룡들의 왕을 쫓아 여러 지역을 차례로 지나갑니다. 한 판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발판을 건너며 길목의 적을 박치기로 치우고, 구간 끝에서 기다리는 보스를 잡으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갑니다.
배경은 밀림과 해변, 얼음 지대, 공룡 뱃속 같은 곳으로 계속 바뀌고, 색을 아끼지 않고 밝게 칠해 놓아서 화면만 봐도 기분이 가벼워집니다. 적도 무섭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눈이 큰 공룡과 원숭이, 물고기가 어슬렁거리다가 박치기 한 방에 뒤로 넘어갑니다. 잔인한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어린 동생과 나란히 앉아 해도 부담이 없는 부류입니다.
사탕을 먹으면 몸이 바뀝니다
3편에서 새로 들어온 것이 몸 크기를 바꾸는 사탕입니다. 한쪽 사탕을 먹으면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지고, 다른 쪽을 먹으면 손톱만 하게 작아집니다. 커진 상태에서는 걷기만 해도 적이 밟혀 사라지고 웬만한 지형이 부서집니다. 대신 몸집이 커진 만큼 맞는 판정도 커지고 좁은 통로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작아지면 반대입니다. 힘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원래 지나갈 수 없던 좁은 틈으로 기어들어가 숨은 방과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 번 클리어한 뒤에 다시 돌아보게 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아까 지나친 그 벽 틈이 사실 길이었나 싶어서 사탕을 들고 되짚어 가게 됩니다. 몸 크기 자체를 열쇠로 쓴다는 발상이 앞의 두 편과 3편을 갈라놓는 가장 큰 차이입니다.
고기를 먹고 화를 냅니다
시리즈 내내 이어지는 강화 아이템은 고기입니다. 하나를 먹으면 머리가 곤두서면서 공격력이 올라가고, 더 먹으면 머리에 불이 붙은 상태가 되어 잠깐 동안 닿는 것마다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이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기 때문에, 고기를 언제 먹을지 고르는 게 은근히 중요합니다.
요령은 고기를 보자마자 먹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구간에 적이 몰려 있거나 보스 방이 가깝다면 아껴 뒀다가 들어가기 직전에 먹는 편이 훨씬 이득입니다. 반대로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그냥 먹고 밀어붙여 버리는 쪽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강화 상태에서는 웬만한 공격에 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죽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적이 아니라 낙하입니다. 발판 간격이 애매하게 벌어져 있는 구간에서 그냥 점프하면 아슬아슬하게 모자랍니다. 이럴 때 공중에서 머리를 흔들어 체공 시간을 늘리면 대부분 건너집니다. 이 동작을 모르고 계속 떨어지다가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 하나만 알아도 진행 속도가 달라집니다.
보스는 패턴이 정직한 편입니다. 화면을 크게 차지하고 움직임도 느려서, 한두 번 죽어 보면 어디에 서 있어야 안 맞는지가 보입니다. 대개는 보스가 지나간 자리에 서 있다가 착지 직후를 노려 내리꽂는 식이 통합니다. 욕심을 내서 계속 붙어 있으면 반격에 걸리니, 한 번 때리고 물러나는 리듬을 지키는 게 좋습니다.
마스코트가 마지막으로 나선 자리
봉크는 그냥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이 기계의 얼굴이었습니다. 닌텐도에 마리오, 세가에 소닉이 있던 시절, 이쪽 진영이 내세운 것이 이 대머리 원시인이었습니다. 1편이 나오며 하드웨어의 대표작 자리에 올랐고, 2편에서 다듬어졌고, 3편이 정규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3편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하는 모드도 들어갔습니다. 색이 다른 원시인 둘이 나란히 뛰어다니며 박치기를 하는 화면은 지금 봐도 유쾌합니다. 다만 이 게임이 나온 시점에는 시장의 관심이 이미 다음 세대 기계로 옮겨 가고 있었습니다. 완성도는 시리즈에서 가장 높은데 정작 가장 적게 팔린 편에 속하고, 그 점 때문에 오래 아쉬운 작품으로 이야기됩니다.
국내에서는 이 기계 자체가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직접 해 본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잡지에 실린 화면 사진으로만 보던 게임에 가까웠고, 그래서 지금 처음 잡아 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작이 간단하고 한 판이 짧아서, 오래 붙잡고 있지 않아도 이 게임이 무엇을 하려던 것인지는 금방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