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찰리
서커스 찰리 (Circus Charlie Level Select SET 1) · 198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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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흘러나오는 곡을 듣고 나면 게임 제목은 몰라도 그 멜로디는 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서커스 천막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 행진곡인데, 원래는 체코 작곡가가 쓴 행진곡이 서커스 음악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기판의 좁은 음원으로 옮겨 놓았는데도 첫 마디만 들으면 천막 안에 앉은 기분이 듭니다.
서커스 찰리(Circus Charlie)는 광대 찰리가 되어 서커스 곡예를 하나씩 통과하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레버와 점프 버튼 하나가 전부인데, 판이 바뀔 때마다 뛰어야 할 대상과 규칙이 통째로 달라집니다.

판마다 종목이 바뀝니다
첫 판은 사자 등에 올라 불타는 링을 뛰어넘는 종목입니다. 링 위에 걸린 돈주머니를 같이 먹으면 점수가 붙어서, 안전하게 넘을지 높이 뛰어 먹고 넘을지를 매번 고르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외줄 위에서 앞을 가로막는 원숭이를 뛰어넘고, 커다란 공 위에 올라 굴러가며 구멍을 건넙니다.
말 등에 올라 발판 사이를 건너뛰는 판과, 공중그네를 차례로 붙잡아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판까지 지나면 한 바퀴가 끝납니다. 끝났다고 해서 게임이 멈추지는 않고 처음 종목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간격이 더 나쁘고 방해물도 더 많습니다. 실력이 붙을수록 같은 화면을 다시 만나는 구조입니다.

버튼 하나에 담긴 타이밍
점프는 누르는 세기로 조절되지 않습니다. 뛰기 직전의 달리는 속도가 그대로 거리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뛰기 전 몇 걸음에서 승부가 납니다. 조작이 단순한 대신 발을 떼는 위치를 몸으로 외우게 되고, 그래서 처음 해도 규칙을 설명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제한 시간이 있어 머뭇거릴 수도 없습니다. 남은 시간은 판이 끝날 때 점수로 바뀌므로, 안전하게 도는 사람과 시간을 남기려고 밀어붙이는 사람의 점수가 크게 갈립니다.

집에서 더 많이 한 게임
국내에서는 오락실만큼이나 가정용 컴퓨터 이식판으로 알려졌습니다. 팔각 레버 대신 작은 조이스틱으로, 동전 대신 팩을 꽂아 놓고 하루 종일 붙어 있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형제자매가 번갈아 가며 잡던 게임이라 순서를 두고 다투는 것까지가 세트였습니다.
규칙이 단순하고 판마다 화면이 확 바뀌는 구성은 어린 나이에도 붙잡기 좋았습니다. 어려운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뒤로 갈수록 조여 오는 난도 설계가, 이 게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