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허슬러
비디오 허슬러 (Video Hustler) · 1984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속에 들어온 당구대
당구를 게임으로 옮긴다는 발상이 지금은 흔하지만, 이 게임이 나온 시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화면 위에서 내려다본 초록색 대와 알록달록한 공, 그리고 큐 하나가 전부인 화면인데도, 실제로 큐를 잡아 본 적 없는 사람까지 붙잡아 두는 힘이 있었습니다. 공을 맞히면 다른 공이 밀려 나가고, 벽에 튕겨 각도가 꺾이는 그 당연한 움직임이 화면 안에서 재현되는 것 자체가 볼거리였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해서, 잠깐 앉아 몇 판 하다가 자꾸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방금 놓친 공을 이번에는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비디오 허슬러(Video Hustler)는 화면 위의 당구대에서 공을 구멍에 넣는 게임입니다. 큐의 방향을 좌우로 돌려 조준하고, 세기를 정한 다음 흰 공을 칩니다. 흰 공이 다른 공을 맞히고, 그 공이 구멍으로 들어가면 점수가 들어옵니다. 조작해야 할 것은 방향과 세기 두 가지뿐입니다.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성격을 정합니다. 느긋하게 각도를 재고 있으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으로 빠르게 치고 넘어가야 합니다. 신중함과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이 게임의 실제 난이도입니다. 흰 공을 구멍에 빠뜨리면 손해를 보므로, 세게 치는 것이 늘 정답도 아닙니다.
조준이 익숙해지는 순간
처음에는 공이 엉뚱한 데로 갑니다. 화면에서 큐가 가리키는 방향과 실제로 공이 굴러가는 선이 머릿속에서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령은 흰 공과 목표 공을 잇는 선이 아니라, 목표 공과 구멍을 잇는 선을 먼저 그려 보는 것입니다. 그 선의 반대편에 흰 공을 맞혀야 할 지점이 생깁니다.
두께 감각도 중요합니다. 정면으로 두껍게 맞히면 목표 공이 곧게 나가고, 얇게 스치면 크게 꺾입니다. 이 대응 관계가 손에 잡히기 시작하면 구멍이 정면에 없어도 넣을 수 있게 되고, 그때부터 점수가 몇 배로 뜁니다.
벽에 튕겨 넣는 것도 가능합니다. 급할 때는 무리한 시도로 시간을 낭비하기 쉽지만, 목표 공이 벽에 붙어 있어 각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정답인 경우가 있습니다.
세기를 정하는 법
세기 조절은 생각보다 큰 변수입니다. 너무 약하면 공이 구멍 앞에서 멈추고, 너무 세면 목표 공이 구멍 가장자리를 맞고 튕겨 나가거나 흰 공이 딸려 들어갑니다. 가까운 거리는 약하게, 여러 공을 거쳐야 하는 배치는 세게 치는 것이 기본입니다.
한 번 치고 나면 공들의 배치가 바뀌므로, 지금 한 방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을 넣고 나서 흰 공이 어디에 서게 될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습관이 붙으면 연달아 넣는 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초기 롬팩 시절의 게임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만든 회사가 가정용 롬팩을 한창 쏟아 내던 무렵입니다. 한 개의 팩에 큰 용량을 담을 수 없던 때라, 규칙 하나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소재가 선호되었습니다. 당구는 그런 조건에 잘 맞는 소재였고, 실제로 그 시절 이 회사의 게임들은 대체로 하나같이 단순하지만 손에 착 붙는 조작을 갖고 있었습니다.
같은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스포츠물이나 소품 게임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방식으로 적은 용량 안에서 재미를 뽑아냈는지가 보입니다. 화면은 거의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것은 공 몇 개뿐인데, 그 몇 개만으로 몇 시간을 붙잡습니다.
국내에서 이 기종을 하던 사람들
국내에서는 이 기종이 가정용으로 꽤 보급되었고, 게임 전용으로 나온 기기를 통해 접한 사람도 많습니다. 학원가나 문방구 앞에 놓인 기기에 이런 짧은 게임의 팩이 꽂혀 있는 일이 흔했고, 당구라는 소재는 어른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던 아이들에게 묘하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지만 규칙은 그대로 통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고, 몇 판만 치면 각도 감각이 살아나며, 시간에 쫓기면서 마지막 공을 겨냥할 때의 긴장도 여전합니다. 오래된 게임 중에서도 세월을 비교적 덜 타는 부류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