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사이버 슬레드

사이버 슬레드 (Cyber Sled cy2 World) · 1993 · Namc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3년의 오락실에는 아직 폴리곤이 귀했습니다. 그 귀한 폴리곤을 두 대의 화면을 맞붙여 놓은 커다란 통짜 기계에 쏟아부은 것이 이 게임입니다.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앉아 각자의 화면을 보며 서로를 쏘는 구성. 상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화면 속 레이더로만 알 수 있고, 옆에서 들리는 조이스틱 소리로 상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짐작합니다.

사이버 슬레드(Cyber Sled)는 폴리곤으로 그린 경기장 안에서 호버 전차를 몰고 상대를 먼저 파괴하면 이기는 3D 대전 게임입니다. 두 개의 스틱을 각각 왼쪽과 오른쪽 무한궤도에 대응시켜, 둘을 함께 밀면 전진하고 반대로 밀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혼자서도 컴퓨터를 상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슬레드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3)

두 스틱으로 모는 감각

이 게임의 정체성은 조작에 있습니다. 스틱마다 손가락 방아쇠와 엄지 방아쇠가 하나씩 달려 있는데, 손가락 쪽은 기관포, 엄지 쪽은 미사일입니다. 기관포는 계속 쏠 수 있지만 오래 붙잡고 있으면 과열되어 잠시 멈추고, 미사일은 발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두 스틱 방식은 처음에는 몸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오른쪽으로 돌려면 왼쪽 스틱만 밀어야 하는데, 급할 때는 두 손이 같이 나가 앞으로 돌진해 버립니다. 이 조작이 손에 붙는 순간부터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첫 몇 판은 사격을 잊고 움직이는 연습만 해도 손해가 아닙니다.

가장 강한 움직임은 제자리 회전입니다. 상대가 시야 밖으로 빠져나갔을 때 두 스틱을 반대로 밀어 몸통을 빠르게 돌려 조준을 되찾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자주 쓰는 기술입니다.

사이버 슬레드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3)

기체 고르기와 경기장

여러 종류의 기체가 준비되어 있고, 속도와 장갑이 서로 다르게 배분되어 있습니다. 빠른 기체는 맞으면 금방 무너지고, 튼튼한 기체는 조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격 실력이 붙기 전에는 장갑이 두꺼운 쪽을 잡아 오래 버티며 조작을 익히는 편이 낫습니다.

경기장에는 기둥과 벽 같은 엄폐물이 서 있습니다. 열린 곳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고 쏘는 싸움은 결국 사격 정확도로 결판이 나므로, 실력 차가 있다면 엄폐물을 끼고 도는 쪽이 유리합니다. 일부 구조물은 사격으로 부술 수 있어, 오래 끄는 승부에서는 경기장 모양 자체가 바뀝니다.

미사일을 언제 쓰느냐가 승부처입니다. 발수가 적어 아껴 두게 되지만, 기관포가 과열되어 멈춘 사이에 상대가 달려들면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과열 직전에 미사일로 한 방 넣어 상대의 접근을 끊는 것이 정석에 가깝습니다.

사이버 슬레드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3)

남코의 폴리곤 계보 안에서

남코는 이 시기에 3D 폴리곤 기판을 밀어붙이고 있었습니다. 비행 시뮬레이션과 레이싱으로 폴리곤을 실험하던 흐름 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싸우는 쪽으로 뻗어 나온 것이 이 게임입니다. 텍스처가 거의 없는 단색 면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지금 보면 앙상하지만, 그 대신 프레임이 안정적이고 물체의 위치가 명확하게 읽힙니다.

계보를 따지면 1980년대의 벡터 그래픽 전차전 게임이 조상입니다. 그것을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맞붙는 대전으로 바꾸고, 폴리곤과 두 스틱 조작을 얹은 것이 이 게임의 위치입니다. 나중에 나온 3D 대전 액션들이 카메라를 자동으로 상대에게 고정해 주는 방향으로 간 것과 달리, 여기서는 조준까지 전부 플레이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기억

이 기계는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값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동네 오락실보다는 도심의 큰 게임장이나 백화점 오락 코너에 한 대 놓여 있는 부류였습니다. 한 판 요금도 보통 기판보다 비쌌던 곳이 많아, 자주 하기보다 구경하는 게임에 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는 커다란 통짜 기계, 손에 잡히는 묵직한 두 개의 스틱, 그리고 화면 가득한 폴리곤. 게임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도 그 기계의 생김새만은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 해 볼 때

브라우저에서 잡으면 두 스틱의 손맛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키보드나 패드로 무한궤도 두 개를 따로 굴리는 감각을 되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회전과 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이 게임 특유의 긴장감은 남아 있으니, 3D 대전이 자동 조준을 얻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 보기에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