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클드
섀클드 (Shackled Us) · 1986 · Data 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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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을 헤매다 감방 문을 열면 갇혀 있던 동료가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동료는 고맙다는 말 대신, 그 자리에서 나를 따라다니며 같이 총을 쏘기 시작합니다. 1986년에 나온 이 게임의 핵심은 그 한 장면에 다 들어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서 사람을 하나씩 늘려 가며 나오는 게임이고, 구한 사람이 많을수록 화면이 시끄러워집니다.
섀클드(Shackled)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던전을 돌아다니며 사방으로 총을 쏘는 액션 게임입니다. 열쇠를 모아 문을 열고, 감방에 갇힌 동료를 풀어 주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한 판의 흐름입니다. 일본에서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고 연출도 조금 달랐는데, 알맹이는 같습니다. 층수가 대단히 많아서, 한 판을 앉은자리에서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할 게임은 아닙니다.
갇힌 사람을 구한다는 규칙
이 게임의 구조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던전 액션의 문법을 따릅니다. 통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고, 곳곳에서 적이 계속 솟아나며, 열쇠 없이는 못 여는 문이 길을 막습니다. 여기까지는 같은 시기의 다른 던전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는 포로에 있습니다. 감방을 열어 동료를 풀어 주면 그 동료가 따라다니면서 함께 사격하고, 동시에 기본 무기 말고 다른 사격 방식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즉 포로 구출이 스토리상의 목표이면서 동시에 파워업 수단입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쳐도 되는 감방 하나를 여느냐 마느냐가, 다음 몇 층의 난이도를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게임에서 적은 대개 정해진 자리에서 끝없이 나오므로, 나오는 지점을 등지고 좁은 통로로 들어가면 앞뒤로 끼입니다. 사방으로 쏠 수 있다는 것은 사방에서 맞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방으로 들어갈 때는 들어온 문 쪽을 항상 도망갈 길로 비워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열쇠 관리입니다. 문이 여러 개 있는 층에서 열쇠를 아무 문에나 써 버리면, 정작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잠겨 있어 다시 돌아다녀야 합니다. 층에 들어가면 바로 뛰지 말고 통로 모양을 한 번 훑어 어느 문이 진행 방향인지 가늠하는 편이 시간과 목숨을 아낍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동료를 많이 데리고 다니면 화력은 좋아지지만, 그만큼 좁은 곳에서 움직이기 불편해지고 시야도 어수선해집니다. 무리해서 위험한 방까지 다 열려다 죽는 것보다, 확실히 안전한 감방만 열고 진행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더 멀리 갑니다.
데이터 이스트라는 회사
데이터 이스트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유독 실험적인 물건을 많이 내놓은 회사입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액션, 슈팅, 대전물, 특이한 조작 장치를 쓰는 기계까지 손을 댔고, 그 결과 대표작 몇 개보다 잡다한 목록 전체가 이 회사의 인상을 만듭니다. 잘 만든 것과 이상한 것이 같은 해에 나란히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섀클드도 그 목록에 어울리는 물건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던전 액션의 형태를 가져오면서, 포로를 구해 무기를 늘린다는 자기 나름의 장치를 하나 얹었습니다. 층수를 아주 많이 넣어 물량으로 밀어붙인 것도 그 시절 오락실 기판의 흔한 발상이었습니다. 한 판이 길수록 잘하는 손님이 오래 앉아 있으니, 업주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요.
둘이 하면 달라지는 게임
이 게임은 두 명이 동시에 할 수 있고, 그때 성격이 꽤 바뀝니다. 혼자서는 사방을 다 감당해야 하지만 둘이면 등을 맡길 수 있어서, 한 사람이 적이 나오는 쪽을 막고 다른 사람이 감방을 여는 식으로 역할이 나뉩니다. 이렇게 하면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던 방도 정리가 됩니다.
반대로 둘 다 욕심을 부리면 서로 흩어져서 각자 포위당하기 좋습니다. 이런 던전 액션에서 둘이 잘하는 요령은 붙어 다니는 것이고, 그 단순한 원칙을 지키느냐가 진도 차이를 만듭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널리 알려진 축은 아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방으로 쏘는 그 감각 자체는 그 시절 오락실을 다녀 본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만나 본 익숙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