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카오스 (게임기어)
소닉 카오스 (Sonic Chaos USA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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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면에서만 나온 소닉
소닉 시리즈를 떠올리면 보통 거치형 게임기에서 돌아가던 작품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는 처음부터 작은 화면 쪽을 겨냥해 만들어진 갈래가 따로 있었습니다. 소닉 카오스는 그 갈래에 속한 작품입니다.
큰 화면 작품의 축소판이 아니라 별도의 스테이지와 구성을 가진 게임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거치형 소닉을 다 해 본 사람에게도 처음 보는 구간이 나옵니다. 휴대용 기기의 좁은 화면에 맞춰 속도와 지형을 다시 계산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달리는 액션 게임
소닉 카오스(Sonic Chaos)는 파란 고슴도치를 조작해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이 시리즈가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다른 점은 속도입니다. 발판을 하나씩 신중히 밟고 건너는 대신, 경사면을 타고 내려와 가속한 뒤 그 기세로 고리와 반원 지형을 타고 날아가는 감각이 중심입니다.
고리는 이 시리즈의 목숨입니다. 고리를 하나라도 들고 있으면 적에게 부딪혀도 죽지 않고 고리를 흩뿌리며 버티고, 고리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맞으면 그대로 죽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습관은 고리를 항상 몇 개라도 쥐고 다니는 것입니다.
조작 자체는 단순합니다. 좌우로 달리고 버튼으로 뜁니다. 공중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아 적을 밟아 처리하고, 아래를 누른 채 웅크렸다 놓으면 제자리에서 빠르게 튀어 나갑니다. 배울 것이 적은 대신, 지형을 읽으며 속도를 유지하는 감각이 실력을 가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가장 흔한 실수는 무작정 달리는 것입니다. 빠른 게임이라는 인상 때문에 계속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던 적이나 가시에 그대로 부딪힙니다. 속도를 내도 되는 구간과 멈춰서 살펴야 하는 구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므로, 한 번 죽어 본 구간은 다음에 천천히 지나가는 쪽이 낫습니다.
두 번째는 좁은 화면입니다. 휴대용 기기의 화면은 거치형보다 보이는 범위가 좁습니다. 빠르게 달릴수록 앞이 안 보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이 판본에서는 거치형 작품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고리 관리입니다. 맞아서 고리를 흩뿌렸을 때는 몇 개라도 다시 주워야 합니다. 흩어진 고리는 잠시 뒤 사라지므로, 맞은 직후의 짧은 시간에 곧바로 몸을 돌려 줍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반사적인 되줍기가 되면 생존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세가와 소닉의 시절
소닉은 세가가 1990년대 초 경쟁사의 간판 캐릭터에 맞서 내놓은 얼굴이었습니다. 배관공이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는 게임에 맞서, 이쪽은 빠르게 달려 나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대비가 워낙 선명해서, 두 시리즈는 오랫동안 서로를 설명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휴대용 기기 쪽 소닉 작품들은 거치형 본편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나름의 팬이 있습니다. 본편에 없는 스테이지와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볼 것이 있는 곁가지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소닉
한국에서는 세가의 휴대용 기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아, 이 판본을 실물로 해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소닉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정작 손으로 해 본 것은 다른 기종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락실에도 소닉 기계가 흔히 놓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오락실보다 집에서 하는 게임에 가까웠고, 국내에서는 잡지 화면이나 친구 집에서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소닉의 화면은 한 번 보면 기억에 남습니다. 파란 고슴도치가 고리를 흩뿌리며 경사면을 타고 도는 장면, 반원 지형을 따라 화면 밖으로 튀어 나가는 순간은 그 시절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켜 보면 그 속도감이 작은 화면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습니다.